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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대신 버섯 포장재…'친환경 농촌진흥청' 거듭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3 18:16

수정 2024.02.13 18:16

탄소 발생 적고 강도 높은 신소재
가죽·대체 단백식품 등 활용 증가
배양법 개발 앞장 저변 확대나서
제조공정 표준화·특허 출원까지
농산부산물 재활용 촉진 기대감
버섯을 활용한 친환경 포장재
버섯을 활용한 친환경 포장재
일상 식재료로 여겨지던 버섯이 스티로폼 등 플라스틱을 대체할 신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썩어 분해되기까지 500년 이상이 걸리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비해 버섯 균사체는 1~2년이면 자연에 흡수되는 친환경 소재다. 포장재 뿐 아니라 가죽, 대체 단백 식품 등 버섯 활용도가 크게 늘어나며 농촌진흥청 역시 법령 개정 등 저변 확대에 나섰다.

13일 농촌진흥청은 버섯 신소재의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탄소중립과 환경오염 저감이라는 정부 핵심 정책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플라스틱·축산업 등 주요 환경오염 원인을 획기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보이며 적극적인 기술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플라스틱·가죽·식품 등 배양법 개발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국내 최대 버섯 균주 보존기관이다. 보유한 자원만 7600점 수준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균사를 수집해왔다. 농촌진흥청은 이 가운데 친환경 소재로서 특성이 우수한 국내 자생 버섯 균주를 선발해 각 용도에 맞춘 배양법을 개발해냈다.

스티로폼 대체 균사의 경우 수분과 양분을 조절하는 단계별 배양법을 통해 포장 소재의 물리성을 향상시키고, 배양 기간을 15~30일에서 7일로 단축시켰다. 해외 친환경 소재 기업의 균사체 포장 소재 배양 기간과 동일한 수준의 기술력이다.

재배한 균사는 밀도가 높고 구조가 촘촘해 물리성 테스트에서도 기존 스티로폼 대비 약 4배 수준의 강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죽을 대체하는 버섯 소재는 톱밥 배지를 통한 식물성섬유 동시 배양 기술과 이중박스 배양법을 활용한다. 버섯 섬유 원단으로 쓰이는 균사체의 생육 두께를 고르게 하고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동물성 가죽 소재는 제조과정 중 원피 1000kg당 고형폐기물 750kg과 중금속 화학물질 500kg을 발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남기는 탄소발자국도 1㎡ 당 32.97kg에 이른다. 가로세로 1m 수준의 가죽을 만드는데 사람 1명 분의 연간 탄소발자국이 남는 셈이다.

버섯 가죽은 제조 시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무두질에 해당하는 과정에서도 천연 성분으로 작업을 마무리한다. 버섯 가죽이 남기는 탄소발자국은 1㎡ 당 2.76k 수준으로 기존 가죽에 비해 온실가스 발생량을 약 83% 낮출 수 있다.

탄소 배출의 주 원인인 축산업도 버섯 재배를 통해 감축이 가능하다. 버섯 대체 단백 소재는 순수 액체배양법을 통해 배양한 균사체로 햄버거 패티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식감, 풍미, 향 등을 재는 관능평가에서도 육류 패티(10.0)와 비슷한 9.0의 점수를 받았다.

축산 농가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인 매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1배 높은 온실효과를 가져온다. 우리나라도 메탄 배출량의 44%를 농축산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소 1마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차 1대의 25% 수준에 이른다.

농촌진흥청은 버섯 패티로 소고기 패티를 대체할 경우, 육류 단백질을 얻기 위한 사료작물 재배, 가축사육, 장내 소화 메탄가스, 가축분뇨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를 저감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용화 가시권… 기술보급 본격화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스티로폼 포장 소재, 버섯가죽, 대체 단백 소재 등은 시제품 생산 단계에 들어섰다. 농촌진흥청은 제조공정을 표준화하였고, '농산부산물을 이용한 친환경 스티로폼 대체 소재의 제조 방법 및 그의 용도' 등 5건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버섯 활용 연구결과 역시 이미 지난 2022년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한 전국 책임운영기관 서비스 혁신 공유대회에서 후보 12개 기관들 중 현장발표 평가 청년심사단 점수 1위를 차지하며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농촌진흥청은 11개 기업과 농가 등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고 지속적인 현장 지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민·관 협력을 토대로 빠르게 버섯 기술이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농촌진흥청 개청 60주년 행사 기념품 가운데도 버섯가죽으로 만든 열쇠고리 등이 포함되기도 했다.

버섯 재배의 영양분으로 쓰이는 '기질' 역시 농가 현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는 요인이다.
농촌진흥청은 기질로 활용이 가능한 농산부산물의 재활용 촉진을 통해 폐기물 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버섯 재배 농가와의 상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한 법령 개선 역시 농촌진흥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계획이다.


연구진은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동물복지 여부 등 본인의 신념에 따라 소비를 표현하는 '가치소비'가 트렌드를 넘어 주류로 자리잡는 추세"라며 "버섯가죽으로 만든 운동화와 가죽 재킷을 입고, 균사체 스티로폼 소재에 든 버섯 대체 단백 햄버거를 즐기는 미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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