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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사태 불똥 튈라… 자산운용사, ELF상품 출시 줄줄이 철회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3 18:23

수정 2024.02.13 22:01

ELF, ELS 3~4개 묶은 펀드상품
4개 운용사 올들어 23건 무산
ELS사태 불똥 튈라… 자산운용사, ELF상품 출시 줄줄이 철회
자산운용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ELS 몇 개를 묶어서 선보이던 주가연계펀드(ELF) 출시를 잇따라 철회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들이 ELS 판매 중단을 선언한 데다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난달 24일 'KB 스타지수연계증권투자신탁 KSE-51호'의 철회신고서를 공시했다. 같은 날 'KB 파워리자드지수연계증권투자신탁 SEN-155호'에 대해서도 철회를 공시했다. 앞서 '출시 철회'를 결정한 상품까지 합치면 올해 들어서만 총 5개 ELF의 설정이 무산됐다.

신한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도 올해 각각 2개, 5개의 ELF 출시 계획을 포기했다. DB자산운용은 '판매계획 취소'를 사유로 무려 11개 상품에 대한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ELF는 3~4개 이상의 ELS를 묶어 펀드 형태로 구성한 상품이다. 단일 상품 투자와 달리, 분산효과를 누릴 수 있어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ELS 역시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지수, 개별 종목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을 지키면 수익을 지급하므로 급락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없다. 통상 6개월 단위로 주어지는 조기상환 기회를 잡으면 연 8% 안팎의 수익을 취할 수 있다.

이에 지난 몇년 동안 이들 상품이 각광을 받았으나 최근 판매사들의 판매 중단으로 운용사들은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LS는 지표가 기준점인 녹인 배리어 아래로 떨어진 뒤 만기까지 상환조건을 못 맞추면 하락률 만큼 원금을 잃게 되는데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의 폭락이 그 도화선이 됐다.

H지수 기초 ELS가 대규모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이 대폭 위축되고, 판매 중단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이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묶어 판매한 홍콩 ELS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모두 15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조2000억원어치가 상반기에 만기를 맞는다. H지수가 지금과 같은 흐름을 유지한다면 손실액은 7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614개 ELF에선 최근 3개월 새 2885억원이 유출됐다.

불완전판매 문제로 엮이고 있는 만큼 괜한 불똥을 맞지 않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비롯한 판매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데다 불완전판매 유형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키로 한 만큼 전방위적인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ELF를 신규 출시하거나 기존 계획을 그대로 밀어 붙이기가 쉽지 않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는 접수부터 효력 발생까지 17일이 걸리는데 그 사이 판매사들이 어렵다고 결정하면 철회하는 것”이라며 “대부분 판매가 잠정 중단된 상태라 ELF 설정도 힘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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