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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트럼프 2.0, '팀 아베'의 교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3 18:43

수정 2024.02.13 18:43

김경민 도쿄특파원
김경민 도쿄특파원
미국 대선이 9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초반부터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가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지난 1일 시장조사기관 'SSRS'의 미국 전역 여론조사에서 바이든(45%)이 트럼프(49%)에 밀린다는 가상대결 결과가 나오자 과거 '트럼프 피해국'들의 불안은 더 깊어지고 있다.

21세기 초까지 유지된 '지구방위대'라는 미국의 역할을 버리고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한 트럼프는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2.0' 시대를 제대로 파악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때라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와 '그나마' 잘 지낸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 11월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트럼프에게 전화로 축하메시지를 보내고 곧바로 정상회담 일정을 결정지었다.

전 세계 수뇌부가 부러워한 미·일 관계의 초석이 이때 구축됐다. '미국은 동맹국에 퍼주기만 한다'고 인식한 트럼프의 청구서에 대비해 일본은 대미 투자실적을 주도면밀하게 설명하며 탈압박에 성공했다. 내어준 것도 많지만,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일본은 트럼프의 미국을 어떻게 파고들 것인가, 점점 과격해지는 발언과 약속에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할 것인가를 공부하면서 그 나름대로 선방한 손익계산서 외교를 했다.

하지만 그때 일본에는 구심점 아베가 있었다. 만약 '트럼프 2.0' 시대가 온다면 이미 퇴진 위기인 20%대 지지율로 리더십을 상실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로 미국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많다.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기시다의 재선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차기 총리 후보라는 잠룡들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는 현재 진행 중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막겠다고 공언하며 벌써부터 대립각을 세워놨다. 반대 이유는 미국의 철강산업 기반 약화와 국가안보 등 역시 미국 우선주의다. 일본은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 전인 9월까지 인수합병(M&A)을 매듭짓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일이 잘 마무리된다고 해도 이후 트럼프의 보복이 무섭다.

불안한 일본은 '팀 아베'의 부활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 전 자민당 사무총장은 11일 후지TV에 출연, 트럼프가 11월 재선된다면 "아베 시절 협상 경험을 살려 당시 직원들을 총리실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아베 진영의 참모진은 경험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는 협상가다. 그의 성격과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베는 미국에 이익이 될 뿐 아니라 동맹국들 사이에서 자신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논리를 개발하는 등 천재적 행보를 보였다"고 말했다.

돌아온 트럼프는 돈(방위비)을 더 내지 않는 동맹국에 대해 '안보우산'을 거두겠다는 암시까지 하며 악당을 자처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당신이 체납자라면 보호하지 않겠다. 오히려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다. 청구서에 나온 대금을 납부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재임 당시 '한국이 무임승차하며 미국을 벗겨먹으려 한다'고 수차례 공격했다. 트럼프는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 상향을 요구했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추진했다.
바이든 정권교체로 무산됐으나 퇴임 이후에도 트럼프는 두번째 임기에서 주한미군을 반드시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나토와 러시아를 한국과 북한으로 바꿔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우리도 '팀 아베'를 복습할 때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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