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확대로 매출 증가 전망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유럽연합(EU)의 문턱을 넘어 마지막 관문인 미국의 최종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증권가는 미국정부의 승인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며, 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이 '낙수효과'로 실리를 챙길 것으로 전망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 티웨이항공에 유럽 4개 노선 이관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이행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EU의 관문을 통과했지만 주가는 희비가 갈렸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합병 당사자인 대한항공의 주가는 전일 대비 1.48% 하락한 2만3300원, 아시아나항공은 8.76% 내린 1만302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EU의 승인 기대감에 10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던 기관이 매도 우위로 돌아서면서 낙폭을 키웠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아시아나IDT도 18.38%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IDT는 이달 들어 (13일 기준으로) 각각 17.55%, 27.58%의 상승세를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판단했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유럽 집행위원회의 승인으로 미국정부의 승인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게 됐다"면서 "미국의 경우 협력관계인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아시아노선 영향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더욱 강화되는 점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제한 노선인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롤루 노선 역시 유럽과 유사한 방식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EU에 이어 미국의 합병승인이 조건부로 진행될 경우 저비용항공사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우선 EU의 조건부 승인으로 티웨이항공은 바르셀로나(스페인), 파리(프랑스), 프랑크푸르트(독일), 로마(이탈리아) 노선에 신규로 취항할 수 있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통해 올해 매출이 최소 3000억원, 최대 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티웨이항공 주가는 2.20% 올랐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유력 인수후보로 지목됐다. 하이투자증권 배세호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후보군으로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이 거론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제주항공이 유일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희망 매각가격은 5000억~7000억원, 부채는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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