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기원 전에도 있던 '세대 갈등'>
기성세대와 경제·문화 등 여러분야서 충돌
결혼·내집마련 40·50 vs '그냥 포기' 20·30
전문가 "가치관 달라…서로 이해폭 좁혀야"
기성세대와 경제·문화 등 여러분야서 충돌
결혼·내집마련 40·50 vs '그냥 포기' 20·30
전문가 "가치관 달라…서로 이해폭 좁혀야"
[편집자주]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어느 것 하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의 삶,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살펴봐야 할까요. 파이낸셜뉴스는 신년 기획으로 일상 뒷편에 숨겨진 문제들을 연속 보도합니다. 이는 사회에 전하는 일종의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단군 이래 최초로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가 MZ라는데, 그게 바로 저예요."
아르바이트하며 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20대 대학생 김 모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취업, 내 집 마련, 결혼은 사실 포기했다. 많은 청년 세대가 그렇게 하고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성세대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데,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이렇게 말한다. 한 기업에서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밝힌 40대 회사원 박 모 씨는 "상황이 어려운 만큼, 노력하면 될 것 같다"면서 "위기와 기회는 늘 함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대 갈등'은 아닌 것 같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청년들의 하소연 같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는 '세대 갈등'…소크라테스도 '요즘 애들' 비판
MZ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은 그 역사도 오래됐다. 기원전 1700년 수메르 점토판에도 ‘요즘 젊은이들 너무 버릇이 없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기원전 425년경 소크라테스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세대 갈등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5월 한국리서치가 '한국사회의 갈등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 갈등이 크다'는 인식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세대갈등이 ‘매우 심각하다’는 인식은 2020년 18%에서 작년 기준 37%로 두 배 증가했다. 이 조사는 나흘 동안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5월 기준 약 88만명)에서 추출해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무작위추출 전제로 95%신뢰수준에 ±3.1%p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MZ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가장 큰 불만은 직장 내 업무를 대하는 태도라는 얘기도 있다. 기업에서 관리자급으로 근무하는 최모 씨(53)는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해서 일을 시키고 있을 때, 칼퇴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퇴근은 당연하지만, 바쁜 업무 마감이나 내용 등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을 받는 게 그렇게 어렵나"라고 토로했다.
반면 모든 MZ세대가 비판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불만도 있었다. 회사원 이 모 씨(26)는 "사실 편견 아니냐"라면서 "기성세대처럼 일만 하는 청년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대 갈등도 마찬가지다. 일부 갈등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에어팟' 끼고 일하는 청년으로 대표되는 MZ세대 이미지
뿐만 아니라 세대간 문화적 차이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접하며 디지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 MZ세대와, 그렇지 않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성장한 기성세대와 비교할 때, 여기서 오는 갈등도 분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MZ세대는 개인주의, 공유문화, 자신의 소비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 등을 보이곤 한다.
이렇듯 세대갈등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각종 방송, 언론 등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MZ세대 직장인이 업무 중 무선 이어폰을 꼽고 일을 하는 모습은 2030이 업무를 대하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20대 대학생 이 모씨는 업무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다. 그는 "근로계약서에 적힌 내용 그대로 근무하고, 남는 시간에 자기 취미 생활도 하는데, 퇴근 후 보자고 하거나 갑자기 회식을 잡으면 당황하는게 맞지 않나"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세대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 고령층과 젊은층의 사회갈등 정도는 '(갈등이) 약간 심하다'가 전년대비 0.6%포인트 늘어난 49.3%, '전혀 심하지 않다'는 전년대비 0.5%포인트 줄어든 2.7%로 조사됐다. 갈등이 심해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늘었고, 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줄어든 것이다.
세대 갈등에서 결혼 포기, 저출산 등 사회 문제로
MZ세대들은 낮은 경제성장률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라왔다. 이렇다 보니 노력만 하면 내 집을 장만할 수 있고, 높은 경제 성장률로 많은 기회가 있던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여러 측면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세대 갈등의 원인이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도 비롯한다는 견해다. 청년 세대는 그야말로 혹독한 시기를 보내는 반면, 기성 세대는 이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일종의 노력만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다.
실제로 MZ세대는 결혼과 연애, 출산을 포기할 만큼 삶이 각박하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 상환, 물가상승과 고용 불안이라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2021년 12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20~34세 청년 817명을 대상으로 가치관 조사를 진행한 ‘저출산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청년들이 연애·결혼·출산을 자신의 삶에서 실현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지와 꿈꾸는지를 각각 1~10점 척도로 평가하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애·결혼·출산의 실현 가능성과 희망 정도를 비관집단부터 비혼집단, 괴리집단, 만족집단, 안정집단1·2 등 6개 집단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러자 조사 대상의 3.8%(31명)를 차지한 괴리집단은 연애·결혼·출산을 원했지만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연애·결혼·출산을 하고 싶다는 욕구는 충분히 있지만 여건상 실제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지난해 3월 기준 OECD 가입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까지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초저출산율이 중세 유럽의 흑사병보다도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에서 출산한 뉴욕타임스 기자가 조리원 체험기를 전하기도 했다. 2주에 800만원짜리 서울의 산후조리원을 체험했다. 그는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전체 비용의 극히 일부”라고 보도했다. 결혼은 물론 출산, 육아가 경쟁 문화로 고비용 구조가 되면서 저출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관련해 2017년 1.05명이던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12년 48만4550명이던 출생아 수는 2022년 24만9000명으로 1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하며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이른바 '생애 모델' 전반이 붕괴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세대 간 갈등에 대해 개인들의 성장 과정, 경제적인 상황 등 외부적인 요소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나이에 따른 갈등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 세대들이 소비 성향은 크지만 실제로 미래를 위해서 부를 축적 하거나 이런 과정은 현재 굉장히 힘든 상태다. 반면 기성 세대들은 상대적으로 '내 집 마련'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던 세대다. 여기서 오는 가치관 차이, 즉 '세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정의했다.
세대 간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는 "(MZ세대는) 디지털 SNS 세대다. 내가 모르는 사람한테 힘든 얘기를 하고 또 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고 그런 생활이 일상이다. 이에 비해 기성세대의 경우 상징적으로 비교하면 'SNS'가 아닌 '이메일'에 익숙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비롯한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곽 교수는 "기성세대가 살았던 그 시대에 경제·사회·문화가 지금 청년 세대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 보니 세대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지금 청년 세대는 과거 세대보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희망이 없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여러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런 갈등 속에서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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