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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다음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 5곳이 공동 제안한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안건을 의안으로 상정한다고 15일 밝혔다. 안건은 보통주 1주당 4500원(우선주 4450원)을 배당하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의 배당 요구는 삼성물산이 제안한 배당액보다 각각 76.5%, 75.0% 증액된 규모다. 삼성물산은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2일 삼성물산에 정식으로 주주제안서를 송부했다. 현행법상 6개월 이상 주식을 1% 이상 보유한 주주는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시티오브런던 등 헤지펀들의 지분을 합산하면 1.46%로 주총에서 표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재계에서는 합산 지분이 낮은 만큼,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게 점쳤다.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마련한 안건이 주주 친화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실제 주주제안을 기반으로 산출한 전체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뿐 아니라 올해 삼성물산의 잉여현금흐름(삼성바이오로직스 제외) 예상치(100%)를 초과한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물산은 주총 소집 공고를 통해 "1조원의 넘는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루어진다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 확보가 어렵다"며 "대규모 재원 유출로 장기적인 회사의 신성장 동력 확보 및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주주 제안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회사에 위임해 주시기를 권유드린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에 대해 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과 회사의 지속 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은 결국 주가를 부양해 단기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요구를 다 받아들인다면 회사의 성장동력이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이날 기존에 보유한 자기주식 보통주 591만 8674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또 과거 제일모직과 합병할 당시 취득한 자기주식인 보통주 188만 8889주와 기타 주식(우선주) 15만 9835주를 소각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삼성물산은 내년과 2026에도 각각 780만주를 추가로 소각할 예정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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