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상장만 하면 끝?...주주 소통 안하는 기업들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5 17:53

수정 2024.02.15 18:00

3곳 중 1곳은 상장 후 IR 전무
'깜깜이' 상장사가 부른 디스카운트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한 번도 IR 개최 안 한 코스닥 신규상장사 현황
(공시 기준)
상장연도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합산
IR 미개최(%) 20(32.3%) 25(30.9%) 31(42.5%) 62(68.1%) 138(45%)
IR 개최 42 56 42 29 169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파이낸셜뉴스] "주가는 관심 없습니다"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올 초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대표 A씨가 오버행(잠재적 매물) 우려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실적이 오르면 주가는 따라오는 것일 뿐, 상장 뒤 자본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일절 관심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속내를 알 길 없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급격히 몰렸다. 이 기업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2000대 1을 넘어섰다.

신규상장사 3곳 가운데 1곳은 상장 이후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는데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문제 등으로 주가 관리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투자자는 기업의 주요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고,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곳 중 1곳은 상장 후 IR 전무
15일 한국거래소 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216개사(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중 35.2%에 해당하는 76곳이 상장 후 한 번도 IR을 열지 않았다. 상장 1년 미만의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91곳) 중에서는 68.1%(62곳)가 IR 미개최 상태다.

IR은 주요 기업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다. 금융당국은 2016년 ‘IR 조사분석 업무처리 강령을’ 만들고, 상장사의 꾸준한 IR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IR은 각 상장사의 의지에 달려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도 투자자 소통에 소홀하기는 마찬가지다. 반도체주 HPSP(코스닥 시총 4위), 2차전지 전해액 관련주 엔켐(6위), 로봇주 레인보우로보틱스(9위)는 2021~2022년 상장한 뒤 IR을 개최하지 않았다. 최근 테마주로 묶여 투자심리가 급격히 몰린 종목들이다. 이들을 포함 코스닥 시총 100위권 내 18개 대형주가 최근 5년 사이 IR을 공시한 기록이 전무했다.

증권사 리포트가 한 건도 없는 기업 역시 수두룩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1705곳(2023년 말 기준) 가운데 1014곳(59.5%)은 지난해 증권사 보고서가 한 건도 없었다.

신규상장 기업 중 IR도 열지 않고, 1년간 보고서가 발행되지 않은 ‘깜깜이’ 기업은 제주맥주, 휴럼 등 18곳에 이른다. 투자자들이 공시 이외에 기업정보를 확인할 길이 사실상 막힌 것이다.

기업들이 IR을 꺼리는 것은 주가 관리가 ‘뒷전’이 된 경우가 대다수다. 공개 석상에서의 발언으로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는가 하면, 간담회를 열어도 참석하는 인원이 한정돼 있어 IR 비용을 아까워하는 사례도 있다.

IPO 이후 기업탐방 요청에 응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일절 소통하지 않다가 상장 수년 만에 IR을 여는 기업들은 대개 단기 자금조달이 목적인 경우다.

스몰캡(중소형주)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속된 말로 ‘주가가 빠진다고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것도 아닌데 왜 주주 앞에 나서야 하냐’는 입장”이라며 “단타 매매를 한 뒤 기업에 관심을 거두는 주주들이 대부분이어서 상장사들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막대한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주 소통을 꺼리며 주가가 내리기 만을 기다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깜깜이' 상장사가 부른 디스카운트
IR 등 소통 부족으로 인한 정보 비대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IR을 잘 해야 상장사들이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고, 투자자와의 신뢰 구축은 물론 주주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강조한다.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의 이충헌 대표는 “개인 투자자는 외국인, 기관에 비해 정보 불균형, 투자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 증권사도 기업과의 IR 미팅으로 정보를 얻는데 IR을 하지 않으니 불완전한 정보로 보고서를 쓰거나 아예 발간하지 않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보는 구조”라며 “자본시장에 진입한 이상 주주들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세부방안 중 하나로 IR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초 ‘자본시장 체질개선을 위한 3대 정책과제 추진방향’에서 투자자들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해 IR 강화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그간 중소형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합동IR 이외에 당국의 디스카운트 해소 기조에 맞춰 오프라인 IR행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IR을 통해 기업 밸류업 노력을 적극 담아낼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당국의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며 “기존 온라인 IR, 해외 IR뿐만 아니라 ‘디스카운트 해소’ 취지에 맞는 기업들을 모아 주주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공동 IR을 올해 말께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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