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나토의 호소 "미국 지원 필요해", '자력갱생' 자성론도 고개 들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9 05:00

수정 2024.02.19 05:00

나토 수장, 미국의 우크라 지원 중단에 "우리는 미국에 의존"
트럼프 재선시 나토 탈퇴 및 우크라 지원 축소 가능성
러시아 위협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마저 이탈할 분위기
유럽 내에서는 '자력갱생' 자성론 커져.
독일, 방위비 대폭 확대 예고...2% 목표 넘어 3% 이상 지출 가능
지난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오른쪽)과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뉴시스
지난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오른쪽)과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조만간 미국마저 유럽을 버린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유럽의 안보 수장들은 유럽이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며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속한 유럽 안보 수장들은 17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의 우크라 지원 중단을 언급했다. 그는 “캐나다와 유럽 동맹들의 노력에 감사하지만 미국의 영향력과 군사 역량을 감안했을 때 미국의 지원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FT는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우크라 지원 중단 가능성을 두고 동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방 매체들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우크라 지원을 줄이고 나토 탈퇴까지 고려한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나토 회원국들이 2006년에 합의한 나토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며 나토 탈퇴를 주장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2006년 합의에서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를 나토 방위비로 내기로 합의했으나 이는 지침일 뿐 강제성은 없다.

아울러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은 이달 겨우 상원을 통과한 우크라 군사 지원 예산에 반대하면서 표결을 미루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연설에서 우크라 아우디이우카 함락을 언급하며 하원이 예산 처리를 미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전날 우크라군은 동부 도네츠크주의 격전지였던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한다며 탄약 및 물자 부족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7일 발표에서 아우디이우카를 장악했다며 “중요한 승리”라고 자축했다.

유럽의 불안은 다음달 대통령 선거로 5선을 노리는 푸틴이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16일 발표에서 푸틴의 가장 큰 정적으로 불렸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을 비롯한 서방 관계자들은 나발니의 사망이 푸틴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양쪽으로 위기에 빠진 유럽 지도자들은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차기 나토 사무총장 후보로 꼽히는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17일 MSC에서 “우리는 더 이상 트럼프에 대해 칭얼거리거나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선거는 미국인에게 달려 있고 나는 미국인이 아니라 투표할 수 없다”며 “우리는 누가 미 대통령이 되던 그와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 31개 회원국 가운데 지난해 나토 분담금을 GDP 대비 2% 이상 낸 국가는 미국과 영국 등 11개국에 불과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대륙의 주요 선진국들은 해당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피스토리우스는 15일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올해는 독일을 포함한 18개국이 2% 기준을 맞출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17일 MSC에서 미 경제 매체 CNBC를 통해 2% 목표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우리는 아마도 내년 이후 더 많이 써야 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GDP 대비) 3%나 3.5% 지출을 할 수도 있으며 이는 세계정세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앞으로 유럽보다 인도·태평양지역에 더욱 집중할 수도 있다”며 “유럽은 이를 받아들이고 유럽에서 더 많은 것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수도 베를린에서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11억3000만유로(약 1조60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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