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주임, 뮌헨안보회의에서 북한 두둔 발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최근 한반도 긴장과 관련 '당사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해결'이 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1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왕 주임은 17일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늘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견지해왔다"면서 "악순환을 방지하고, 당사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당사국의 안보 우려'는 중국 측이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할 때 써오던 표현이다. 이번에도 북한을 대변, 북측이 주장해 온 안보 우려가 존중돼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왕 주임은 이날 "(공급망 분리 등)디커플링에 대한 반대는 국제적 공동 인식이 됐다"면서, "누구든 (안보 위험의 제거) 디리스킹의 이름으로 '탈중국화'를 시도하면 역사적 잘못을 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글로벌 성장을 촉진하는 안정 역량이 될 용의가 있다"면서 자국을 겨냥한 미국 등 서방 진영의 견제와 '중국 경제 위기설'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중국의 개방이라는 대문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우리는 제도적 개방 확대와 외자 진입 네거티브리스트 축소를 계속해, 유럽 등 각국 기업에 시장화·법치화·국제화한 영업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왕이 주임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16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만나 한반도 상황과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해협,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두 장관의 만남은 지난해 10월 워싱턴 D.C. 회담과 12월 전화 통화에 이은 것으로,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양국의 의지로 해석된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중 외교 수장 회담에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의 방위산업 기반을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또, 중국 측에 러시아의 '위성 공격 무기 개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양국 간의 마약 공조와 군부 간의 대화 재개 등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룬 진전을 이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동맹과 파트너의 이익과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양측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으며 양국의 고위당국자들이 만나 관련 논의를 이어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양측은 미중이 향후 수개월 간 핵심 분야의 여러 전략적 현안을 협의하고 고위급 회의 등 소통 채널을 계속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7일 "블링컨 장관의 요청으로 진행된 해당 회담에서 양측은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리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왕 주임은 현재 양측이 당면한 가장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샌프란시스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두 정상의 전략적 지도를 따르는 것이며 이를 통해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양국 관계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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