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유사 쟁점 사건 기준 될 듯
실손보험 의료비중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부분은 실손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초과 상한액을 피보험자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추후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25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지난 2008년 11월에 현대해상과 2080년까지 실손의료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2021년 8월~10월 여러 병원에 입원하며 23차례에 걸쳐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 등을 받고 치료비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금액은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을 넘어섰다. 현대해상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병원 또는 건보공단에서 환급 가능한 금액"이라며 지급을 거부했고, A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보험 약관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부분은 보험사가 주는 보상액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은 지난 2009년 10월에 제정됐다. 표준약관은 공단으로부터 피보험자가 환급 가능한 금액은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는 사항임이 명시된 바 있다. 다만 2009년 이전 체결한 보험에 대해서는 아직 대법원 판례가 없어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1심은 "초과 지출 부분은 국민건강보험법상 '공단부담금'이고 현대해상이 A씨에게 보상할 금액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A씨의 소송을 기각했다.
반면 2심은 "보험계약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울 경우 고객인 원고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이 사건 계약 약관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했는지와 상관없이 원고가 지출한 의료비 전액에 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1심을 뒤집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바뀌었다. 대법원은 "약관 내용은 원고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중 최종 부담하는 부분을 담보한다고 봄이 상당하며 본인부담상한액을 넘어 건보공단에서 환급받는 부분은 보상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약관 내용은 다의적으로 해석되지 않으므로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에 '공단으로부터 환급 가능한 금액은 보상하지 않는 사항'이라고 명시되기 전까지의 대법원 판례가 없고 하급심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면서 "이를 명시적으로 설시한 첫 판결"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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