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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철아, 엄마는 널 버리지 않았어", 40년 미제 대구 실종사건[잃어버린 가족찾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9 12:42

수정 2024.02.20 10:43

감쪽같이 사라진 3세 아들의 행방
경찰은 수사본부까지 꾸렸지만 1년만에 해체
"아들 찾으면 버림 받지 않았다는 얘기 꼭 해주고 싶어"
김형철군
김형철군
[파이낸셜뉴스] 40년 전 대구에서 세살배기 남자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구 외곽에 위치한 한 공장에서 형과 함께 놀고 있던 남자 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신고에 경찰은 수사본부까지 차려서 1년을 매진했다. 하지만 아이는 행방이 묘연했다. 결국 수사본부는 해체됐고 사건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다.

공장 근무 다녀오니 사라진 형철이
사건의 주인공은 당시 만 2세로 어렸던 김형철군(사진)이다.
실종이 발생한 1984년 5월 29일 형철군은 대구 달서구 진천동의 한 직물공장에서 형과 함께 놀고 있었다. 해당 직물공장은 형철군의 부모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당시 형철군의 부모는 공장을 운영하면서 12시간 교대근무를 했었다. 부모가 일을 하고 있으면 형철군은 형과 함께 공장 인근에서 놀면서 부모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오후 5시께가 돼 부모의 근무가 끝이 났다. 교대하게 되는 직원들과 인수인계까지 마무리한 이후 부모는 아이들을 찾았다. 인근에 있었던 형은 바로 부모에게 왔는데 형철군은 없었다. 이름을 불러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순간 느낌이 좋지 않았던 부모는 이제 막 교대근무가 시작된 공장 전체를 멈추고 모둔 직원을 불렀다. 그렇게 30여명의 직원들과 부모는 형철군 찾기에 나섰다.

당시 상황에 대해 형철군의 어머니 박모씨는 "공장이 있던 곳이 대구 시내와는 좀 떨어진 작은 공단 같은 곳으로 주변에 민가도 많이 없었다. 어린아이 혼자 어디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인적이 드문 곳이라 목격자가 나오기도 쉽지 않았기에 해가 떨어지기 전에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1년 수사, 성과 없었다
모든 일을 제쳐두고 형철군 찾기에 매진했으나 작은 흔적이나 목격담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소식을 듣게 된 형철군 삼촌은 경찰을 찾아가 신고했다. 직후 수사본부가 차려졌고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매달렸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어머니 박씨는 "경찰은 재래식 화장실에 아들(형철군)이 빠졌을 수도 있다고 봐서 공단 내 화장실은 물론이고 하수구 내부까지 모두를 확인했다. 지인 중에 납치했을 가능성을 생각해서 관련한 수사도 진행했다"며 "과정에서 의심을 받게 된 지인과 직원들로부터 원망의 소리를 많이 듣게 됐고 자연스럽게 사이는 멀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형철군)을 찾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해명하고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수사가 성과가 없자 부모들은 직접 발로 뛰었다. 현상금을 걸고 전단지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하고 다녔다. 전국의 보육원이나 경찰서 등을 찾아다니면서 혹시나 형철군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어머니 박씨는 "40년 전 대구 전세 보증금이 100만원이었는데 아들 현상금으로 100만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걸고 찾아다녔지만 돈을 노린 허위 제보나 신고는 있었어도 아들에 대한 소식은 없었다"며 "그러는 사이 가정형편은 어려워졌고 남편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라는 게 있다면 아들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찾게 된다면 그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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