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4개사 뭉친' 삼성 초기업 노조 출범..'정치세력화' 우려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9 15:39

수정 2024.02.19 15:39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노조 출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노조 출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삼성 4개 계열사 노동조합이 통합한 '삼성 초기업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를 중심으로 4개 복수노조의 통합도 추진 중이다. 삼성 초기업 노조나 삼성전자 노조통합 움직임이 향후 임금협상 등 계열사들의 단체교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정치세력화 우려도 있어 재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 4개 계열사 노조는 19일 서울 강남역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출범식을 열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초기업 노조에는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참여한다. 최근 출범한 삼성전기 존중노조는 규약 변경을 마치고 오는 5월께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초기업 노조 조합원 수는 총 1만5800여명이다. 합류 예정인 삼성전기 존중노조 조합원 2100명까지 포함하면 총 1만7900명 규모다. 삼성 관계사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삼노(1만7000여명)에 버금간다.

초기업 노조는 출범 선언문을 통해 "개별 계열사 노사관계 자주성을 확립하고 동등한 관계 하의 유연한 노사 교섭을 통해 각사 실정에 맞는 임금, 복지, 근로조건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 계열사 노조들이 연대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통합 노조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정치색이나 상급 단체 없이 오직 삼성 근로자의 권익 향상과 건강한 노사 문화 정립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노조의 세 불리기가 한창이다. 삼성전자 제1노조인 전삼노는 삼성전자노조 동행,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삼노의 노조원 수는 이날 오전 기준 1만7909명으로 두 달 사이에 8000명 가량이 증가했다. 오는 21일 삼성전자 제2~4 노조와 미팅에서 통합이 확정되면 2만명 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삼노는 오는 20일 6차 본교섭에서 사측과의 올해 임금 인상률 등 쟁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밟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 14일 진행된 임단협에서 임금인상률 8.1%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2.5%를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삼성 초기업 노조가 출범해도 현행법상 교섭은 계열사별로 진행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노조의 '세 불리기'가 단체행동을 염두에 둔 정치세력화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15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임금협상 5차 교섭 만에 결렬을 선언하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도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냈다. 초기업 노조가 연대해 계열사 단체교섭에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노사관계의 자주성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노사관계 전문가는 "법적으로 초기업 노조가 연대교섭을 요구한다고 회사가 응할 의무는 없다"며 "4개 회사 모두 업종과 근로조건이 다른 만큼 계열사별로 교섭하는 것이 교섭비용 최소화와 자주성 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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