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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정상회담 열릴까..“北 ‘쿠바충격’·日 ‘지지율’ 국면전환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0 07:00

수정 2024.02.20 07:00

김여정 내세워 북일회담 여지 남긴 北
납북 선 그어 가능성 낮음에도 미일 호응
尹정부 "쿠바 수교에 국면 전환하려는 것"
전문가 "원래 한미일 흔들기 카드..'쿠바 맞불' 겸해"
"北, 기시다 지지율 반등 기회 삼을 거라 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일정상회담 개최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북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따른 일본 정부의 꾸준한 정상회담 희망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여지를 남겨서다. 하지만 정작 북일 간 핵심 현안인 납치 일본인 문제에 대해 북한은 거리를 두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북일회담 움직임이 나타나는 건 서로의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게 윤석열 정부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北김여정 "기시다 평양 올 수도"..日 물론 美도 호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담화를 통해 “수상(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김 부부장은 ‘개인적 견해’라는 전제를 깐 데다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북일회담 개최 의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주목이 쏠리는 건 일본은 물론 미국도 반응해서다.

우선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16일 김 부부장의 담화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밝힌 북일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를 언급하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끊임없이 노력해오고 있다. 상세한 내용은 향후 교섭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발언을 삼가겠다”고 말했다. 물론 김 부부장이 납북 문제가 해결됐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측에서도 조건부 환영을 표했다. 로이터토신 등에 따르면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는 1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북일회담 가능성에 대해 “미국은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지지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사진=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사진=뉴스1

尹정부 "서울 거쳐야 도쿄 간다" 퉁명..쿠바 수교 '맞불' 인식 깔려

윤석열 정부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나서 16일 아리랑TV 대에서 한미일 협력의 견고함을 강조하며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미국 수도)과 도쿄(일본 수도)로 절대 갈 수 없다”고 퉁명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여기에는 북한이 형제국인 쿠바가 14일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어 충격을 받은 데 대한 맞불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20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의 북일회담 시도에 대한 한일 정부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진전된 게 거의 없는 상태로, 때문에 북한이 한국-쿠바 수교 발표 직후 북일회담 관련 담화를 낸 건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인식이다.

전문가들도 정부와 같은 맥락의 분석을 내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시기적으로 한국과 쿠바 간의 수교에 대해 북일 협력관계로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라며 “한국과는 적대관계를 강화하면서 일본과는 협력관계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운 북한연구실장은 “북일회담 카드는 북한이 국제정세 구도를 흔들기 위해 계속 가지고 있던 카드인데 한-쿠바 수교 발표 직후를 기회로 삼은 것”이라며 “한-쿠바 수교에 대한 맞불 성격이 일부 있을 것이고, (11월 대선 때) 차기 미 대통령의 윤곽이 잡히기 전까지 한미일 안보 협력을 최대한 흔들려는 작전수를 펼치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6일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2024 용산특강'에서 '북한의 경제·사회 실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6일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2024 용산특강'에서 '북한의 경제·사회 실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1

日, 납북 해결 어려워도 '기시다 지지율 반등' 기회 삼을 수도

일본 입장에선 북일회담 시도를 통해 기시다 총리의 저조한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모멘텀을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납북 문제를 위한 북일회담은 고(故) 아베 신조 총리 때부터 나온 거라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데 달라진 건 기시다 총리의 10%대의 저조한 지지율”이라며 “납북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북일회담을 실질적으로 끌고 가려 했다기보다는 국면전환을 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납북 문제에 대한 실질적 성과가 없다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거라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 실장은 “북한 측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북일회담이 반등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의중을 떠보는 것”이라며 “실무접촉은 가능하니까 본격적인 협상과 별개로 이런 의지가 있는지 서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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