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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살인' 피해자 오빠 "최원종 가족은 이사 가서 잘 사는데..우리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0 10:59

수정 2024.02.20 10:59

"가해자쪽 사과 한마디 없이 일상생활 영위" 죽지 못해 산다는 피해자 가족, 억울함 호소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범인 최윤종 / 연합뉴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범인 최윤종 /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의 피해자 친오빠가 "가해자 가족은 사과 한마디 없고 일상생활 잘하고 있다더라"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는 신림동 등산로 사건 피해자의 친오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동생 순직 절차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는데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글을 써볼까 한다"라고 운을 뗐다.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생전 교사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측은 피해자의 순직이 인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8월 17일 동생이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믿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급히 어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고 도착하자마자 임종 면회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사고 나기 2주 전에도 방학이라 부산에 내려와서 셋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했는데 믿어지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본 동생의 모습은 온몸이 긁힌 상처 투성이었고 기계에 의존해 호흡만 간신히 하고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동생은 이틀 만에 하늘 나라로 가버렸다. 그때까진 가해자고 나발이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머니가 정말 산송장이셨다"라며 "2022년도에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동생까지 저렇게 되니 저라도 정신 차려야겠다 싶었다"라고 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저는 모든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아예 집밖에 못 나간다"라며 "그런데 가해자 가족은 저희에게 사과 한마디 없고, 이사 가서 회사 잘 다니며 일상생활 잘하고 있다더라. 피해자 가족은 죽지 못해 사는 데 정말 이게 맞나"라고 호소했다.

A씨는 오해 섞인 시선들이 자신을 더욱 힘들게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여자 혼자 그 시간에 뭐하러 운동하러 갔냐', '이래서 성매매 합법화하는 게 낫다' 등의 댓글을 보며 제정신으로 살기가 힘들었다"라며 "제 동생은 학교에서 체육부장 보직이었고 방학 때 교내 탁구 연수를 위해 출근 중에 그렇게 됐다"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주 수요일이 동생 순직 심사다. 합당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라며 "동생이 하늘에서는 아버지랑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글을 끝마쳤다.

한편 해당 사건의 피의자 최윤종은 지난해 8월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목골산 등산로에서 피해자를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하고 최소 3분 이상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약 20분간 방치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틀 뒤 숨졌다.
검찰은 최윤종이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최윤종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지난달 22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최윤종은 1심 선고 하루 만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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