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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선거철 맞아 반도체 보조금 확 풀어...韓 기업은 언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0 13:58

수정 2024.02.20 13:58

美 글로벌파운더리스, 신공장 건설에 약 2조원 보조금 받아
바이든 정부, 2022년 반도체법 발효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보조금 지급
올해 선거철 맞아 경제 치적 강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보조금 풀 수도
韓 기업 수혜 시점에 관심, 다음달 7일 국정 연설에 중대 발표 기대
보조금 받아도 각종 인허가, 인력 부족 문제 해결해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1년 2월 24일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 중에 반도체를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뉴스1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1년 2월 24일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 중에 반도체를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2년 반도체 업계에 대규모 보조금을 약속한 이후 실제 지급에는 인색했던 미국 정부가 선거철에 접어들자 2조원에 가까운 거액의 보조금을 내놓았다. 11월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치적을 강조하기 위해 더 많은 보조금을 풀 것으로 추정되며 조만간 한국 기업들도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반도체법 발효 이후 첫 대규모 보조금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더리스의 뉴욕주·버몬트주 신규 설비 투자 및 증설을 위해 15억달러(약 2조40억원)를 지원하기 위한 예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글로벌파운더리스는 보조금과 더불어 16억달러 규모의 정부 대출을 받게 된다. 최종 협약은 실사를 거쳐 확정되며, 지원금은 설비 투자가 진행됨에 따라 단계별로 투입될 예정이다.


WSJ는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반도체과학법(CSA)’ 발효 이후 약 1년 만에 처음으로 거액의 보조금을 꺼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혼란이 심해지자 미국에서 반도체를 직접 만들겠다며 지난 2022년 8월 CSA에 서명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1990년에 37%에 달했지만 2020년 기준으로 약 12%까지 감소했다. 바이든은 미국 내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총 2800억달러(약 374조원)를 쓰겠다고 밝혔다. 해당 예산에는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에게 주는 반도체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 지원금(132억달러)을 포함하여 5년간 527억달러(75조5000억원)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CSA 발효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기업을 비롯해 약 170곳의 국제 반도체 업체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460건 이상의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약속과 달리 보조금 지급에 소극적이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에 군용 반도체를 만드는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에 CSA 발효 이후 처음으로 3500만달러(약 468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난달에는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로칩 테크놀러지에 1억6200만달러(약 2167억원)를 주겠다고 밝혔다.

글로벌파운더리스는 최첨단 반도체보다는 주로 자동차에 공급하는 반도체를 제작한다. 해당 기업의 매출은 지난해 1·4분기 기준으로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였다.

미국의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작업 중단으로 고통 받아야 했다"며 "오늘 지원으로 그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9월 22일 미국 뉴욕주 몰타에서 촬영된 글로벌파운더리스 공장.AP뉴시스
2014년 9월 22일 미국 뉴욕주 몰타에서 촬영된 글로벌파운더리스 공장.AP뉴시스

바이든, 선거철 다가오자 돈 풀어...韓 기업은 언제?

업계에서는 다음 수혜 기업이 누구인지 주목하고 있다. 러몬도는 지난 5일 인터뷰에서 "향후 6~8주 이내에 여러 추가 발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TSMC·삼성·인텔이 미국에서 하겠다고 제안하는 시설 종류는 신세대 투자이며 규모와 복잡성 면에서 미국에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WSJ는 지난달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대선을 앞둔 바이든이 지지율 확보를 위해 조만간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 배분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CSA와 더불어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지원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자신의 양대 경제 성과로 꼽는다. WSJ는 바이든이 다음달 7일에 임기 중 마지막 국정 연설을 한다며 연설 중에 보조금 관련 중대 발표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기업들은 이제야 풀린 보조금에 한숨 돌리게 됐지만 아직 더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CSA에는 1억5000만달러 이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초과 이익을 내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이외에도 보조금 수령 조건으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및 회계자료 제출 등 여러 까다로운 요구사항이 붙어있다. WSJ는 이달 보도에서 오하이오주에 새 공장을 짓는 인텔과 애리조나주에 공사를 진행중인 TSMC 모두 바이든 정부의 불확실한 보조금 지급 일정 때문에 건설 일정을 1~2년 연기했다고 전했다.

돈을 받더라도 각종 인허가의 벽을 넘어야 한다. WSJ는 일부 공장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에서 환경 평가를 거쳐야 하며 평가에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투입할 숙련공 숫자가 약 6만7000명 모자란 형편이다. WSJ는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을 시작하더라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반도체 판매량은 2023년에 8.2% 감소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 첫번째)이 2022년 12월 6일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대만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 첫번째)이 2022년 12월 6일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대만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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