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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에서 바이든에 밀리는 트럼프, 후원자 30% 급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1 15:55

수정 2024.02.21 16:02

지난해 하반기 트럼프 후원자, 4년 전에 비해 약 30% 감소
'풀뿌리' 소액 후원자 급감...후원금 총액도 바이든에게 밀려
바이든, 지지율 열세에도 불구하고 바이든보다 후원금 앞서
후원자 숫자도 늘어, 과거 트럼프 처럼 풀뿌리 후원자 급증
대선 후보 확정 전, 바이든-트럼프 직접 비교 어려울 수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이 20일(현지시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폭스뉴스가 주관한 타운홀 대담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AP뉴시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이 20일(현지시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폭스뉴스가 주관한 타운홀 대담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후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선거운동 관계자들은 '풀뿌리' 소액 후원자들이 급감했다며 민심 이탈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지율 열세에도 불구하고 소액 후원자들의 결집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준의 후원금을 모았다.

트럼프 후원자, 4년 전보다 30% 줄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자체 분석 결과 지난해 하반기 트럼프에게 후원한 인원이 51만6000명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2020년 선거에서도 대통령 자리를 놓고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의 바이든과 맞섰으며 2019년부터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2019년 하반기에 집계된 트럼프 후원자는 74만명이었다.

지난해 하반기와 2019년 하반기는 전체 대선 일정에서 봤을 때 투표 1년 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트럼프 후원자 숫자는 4년 전에 비해 약 20만명(30%) 급감했다.

미 공화당 전략가로 활동하는 에릭 윌슨은 FT를 통해 정당 지지자들이 디지털 모금 전략에 무감각해지고 있다며 "후원자들이 피로를 느낀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증가로 정치 후원금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윌슨은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던 2019년과 달리 지금은 공화당 경선 후보라며 다른 공화당 후보 때문에 정치 후원이 쪼개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시작된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대사와 경쟁하고 있다. 헤일리에게 후원한 인원은 지난해를 통틀어 16만6000명에 그쳤다.

FT는 트럼프에게 후원자 감소가 심각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급진적인 성향으로 인해 과거 선거에서 미 금융권의 고액 후원을 받지 못한 대신 200달러(약 26만원) 이하의 소액을 보내준 '풀뿌리' 후원자들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당시 7억7500만달러(약 1조347억원)를 모금했으며 바이든은 10억달러(약 1조3351억원)를 모았다.

아울러 트럼프는 4차례 형사 기소와 더불어 수많은 민사 소송 때문에 막대한 법률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FT는 지난해 친(親)트럼프 단체들이 트럼프의 법률 비용으로 5000만달러(약 668억원) 이상을 지출했고 2023년말 기준으로 6500만달러의 현금을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와 연관 단체에서 지난해 모금한 후원금은 총 1억8900만달러(약 2523억원)였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익명의 관계자는 후원자 감소가 "분명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위험의 적신호"가 깜빡이는 상황은 아니지만 트럼프가 후원자 숫자를 즉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특히 소액 후원자의 경우, 그 사람이 선거운동 기간에 계속 후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다음 어떻게 후원자를 빠르게 늘릴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신발 박람회인 ‘스니커즈 콘’을 방문해 ‘트럼프 스니커즈’를 소개하고 있다. 트럼프 선거 자금 모금을 위해 399달러(약 53만원) 가격으로 1000켤레만 출시된 해당 한정판 신발은 17일 출시 당일 수 시간만에 품절됐다.AP뉴시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신발 박람회인 ‘스니커즈 콘’을 방문해 ‘트럼프 스니커즈’를 소개하고 있다. 트럼프 선거 자금 모금을 위해 399달러(약 53만원) 가격으로 1000켤레만 출시된 해당 한정판 신발은 17일 출시 당일 수 시간만에 품절됐다.AP뉴시스

바이든, 각종 비관론에도 역대급 후원 모금
반면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불리는 바이든은 최고령 대통령이라는 우려와 부족한 지지율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금을 모았다. 미 CNN이 지난 1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의 대선 지지율은 45%로 트럼프(49%)보다 열세다.

하지만 FT는 바이든이 지난해 하반기에 47만3000명에게서 후원을 받았다고 집계했다. 이는 2019년 하반기(약 29만명)의 약 2배에 달하는 숫자다. 바이든 및 연관 단체가 지난해 하반기 모은 후원금은 2억200만달러(약 2696억원)였다. FT는 바이든이 후원금 액수에서 트럼프를 앞질렀을 뿐만 아니라 4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후원자 숫자도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20일 바이든의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달에 4200만달러(약 560억원)를 모금했으며 현재 총 1억3000만달러(약 1735억원)의 선거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금액이 선거 일정 기준으로 같은 시점 역대 민주당 후보 가운데 최고 수준의 총액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선대위의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1월 후원금 모금은 전적으로 풀뿌리 후원자들이 이끌었다"며 "이는 대선이 치러지는 한 해의 시작으로서 아주 강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3년 4월 모금을 시작한 후 이번 1월에 풀뿌리 후원자들이 가장 많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모금한 후원금은 공화당에 비해 약 7000만달러(약 940억원) 많았다.

같은날 미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제출된 트럼프 선거 캠프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지난달에 880만달러(약 117억원)의 후원금을 모았다고 신고했다. 이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캠프의 은행 잔고가 3000만달러(약 400억원)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9.1% 줄었다고 밝혔다.
해당 금액은 친트럼프 단체들의 모금액을 제외한 숫자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전용 헬리콥터에 탑승하기 전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전용 헬리콥터에 탑승하기 전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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