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에 나사 박아 응급조치 후 귀가
"수술은 해야 하는데 전공의 없다"
수술 확답 기다리느라 보호자 전전긍긍
"수술은 해야 하는데 전공의 없다"
수술 확답 기다리느라 보호자 전전긍긍
"대학병원은 아무데도 안받아줬다. 국군수도병원만 남았다"
전시와 다름 없는 상황이다. 21일부터 응급 환자들이 군 병원에 몰리기 시작했다. 서울과 수도권 도심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떠나자 '응급실 뺑뺑이'가 일상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군 병원을 일반인에 개방했다. 의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군 병원까지 진료 대란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술실 찾아 '뺑뺑이'
이날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8시부터 21일 오전 8시까지 전국 군 병원에 접수된 환자는 4명이다. 국군수도병원의 경우 민간인 환자 2명이 접수됐으나 이날 오전 10시 33분께 턱을 다친 민간인 환자 1명이 추가됐다.
경기도 성남 인근에 사는 민간인 20대 A씨는 이틀 전 시비로 턱 부분을 크게 다쳤다. 그는 곧장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응급조치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A씨에 따르면 병원 측에선 "수술은 해야 하는데 전공의 담당자가 없다. 추후 연락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이틀 간 수술을 해줄 병원을 5곳을 찾았지만 모두에서 거절당했다.
A씨의 어머니 채모씨(56)는 "성형외과에도 연락해 알아봤는데 턱뼈가 다쳤으면 치과 진료까지 볼 수 있는 종합병원에서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채씨는 수소문 끝에 국군수도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일정을 잡고 낮 12시 50분께 진료를 마친 아들과 병원을 나섰다.
아울러 지병이 있거나 수술이 시급한 환자들은 이날도 불안에 떨고 있었다.
80대 환자 임모씨의 보호자 서재희씨(78)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이날 낮 12시께 응급실 앞을 다시 찾아왔다. 서씨에 따르면 지난 20일 임씨가 이미 입원했지만 언제 수술을 할지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임씨는 경기도 남양주 덕소 주거지에서 넘어져 고관절 부위를 다친 뒤 지난 15일 경기 구리시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임씨의 후두암과 뇌경색 등 지병으로 인해 수술을 할 수 없다며 지난 19일 상급병원에서 수술 받을 것을 권유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부터 임씨 가족은 서울대병원 등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2차 병원 응급실까지 수소문했지만 임씨를 받아주는 곳은 분당의 국군수도병원뿐이었다.
서씨는 "대학병원은 총파업을 한다며 아무 데도 안 받아주더라"며 "군 병원도 군인환자를 받아야 하니까 민간인을 많이 못 받을까 봐 걱정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날 수술을 하긴 한다는데 오후에 할지 언제 할지 모른다고 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인 수요 대비에 총력
국군수도병원뿐만 아니라 각 군 병원에도 민간인 의료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군의무사령부 관계자는 "각 군 병원에서는 진료여부를 묻는 전화들이 계속해서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군 당국은 의료 공백을 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군 장병뿐 아니라 소아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 인프라를 별도로 준비하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진료 매뉴얼도 만들어 배포한다.
국군서울지구병원 관계자는 "군 병원의 주진료층은 청장년층이지만 민간인을 대상으로 응급실이 개방되다 보니 소아와 노령층에 대한 치료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의무사령부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소아청소년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의약품들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민간인 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소방과 협업도 하고 있다. 국군대전병원과 국군강릉병원은 지역 소방과 함께 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 질병 등을 확인하는 합동 점검을 하고, 구급대원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야간에도 수납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을 별도로 배치해 운영 중이며 민간인이 출입할 때 차에서 내리지 않고 신분증을 확인한 뒤 진료를 받게 하는 안내요원도 추가 배치했다.
군 당국은 외래진료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 서비스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국군의무사령부 관계자는 "의료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외래진료도 군 병원에서 담당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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