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 업계, 美 생성형 AI 기술 수준에 충격...1년 반 이상 뒤쳐져
생성형 AI 개발에 필요한 기초 기술 부족, 美 기술에 의존
공산당 규제 때문에 AI 학습 및 활용 어려워
단기 수익 원하는 투자자로 인해 기초 기술 개발 난항
美 규제 위험도 문제. 나라 안팎에 AI 혁신 걸림돌 많아
생성형 AI 개발에 필요한 기초 기술 부족, 美 기술에 의존
공산당 규제 때문에 AI 학습 및 활용 어려워
단기 수익 원하는 투자자로 인해 기초 기술 개발 난항
美 규제 위험도 문제. 나라 안팎에 AI 혁신 걸림돌 많아
[파이낸셜뉴스]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장담했던 중국이 최근 미국 IT 업계의 혁신적인 AI 기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AI 개발 속도가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며 기초 기술 부재와 공산당 정부의 혹독한 규제, 미약한 투자, 미국의 제재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소 1년 반 뒤쳐져, 기초 기술 부족
미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12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의 생성형 AI 기술이 미국에 비해 최소 1년 이상 뒤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생성형 AI는 문자나 이미지, 영상, 음악 등을 만들어내는 AI 프로그램이며 한국에서도 지난 2022년 11월에 미 AI 기업 오픈AI에서 공개한 '챗GPT' 덕분에 유명해졌다. 현재 생성형 AI 업계는 오픈AI 및 오픈AI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이 주도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 역시 도전장을 던졌다. 오픈AI는 지난 15일 텍스트를 넘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AI 프로그램 '소라'를 공개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실적 발표와 함께 성명을 내고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과 산업, 국가 전반에 걸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성형 AI에게 기존 자료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 독보적인 GPU 기술력을 지닌 엔비디아의 매출은 지난해 11월~올해 1월 3개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65% 급증했다.
미 기업들의 약진을 지켜보는 중국 기업의 마음은 편치 않다. 21일 중국 재경망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보안 기업 치후360 창립자 저우훙이는 소라 발표 직후 SNS를 통해 "소라가 광고와 영화 예고편 업계를 완전히 흔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의 거대언어모델(LLM) 발전 수준이 오픈AI가 지난해 3월 내놓은 GPT 4.0과 1년 반 정도 격차가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의 중국 재계 인사는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소라의 파급력이 아이작 뉴턴의 운동법칙 발견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NYT는 중국 업계의 약점이 LLM이라고 분석했다. LLM은 사람의 언어 작업을 위해 설계된 생성형 AI로 인간의 문자나 문장을 인식하고 번역하며, 예측 및 생성할 수 있다. 오픈AI가 개발한 GPT도 LLM의 일종이고 해당 LLM에 채팅 로봇을 결합한 서비스가 챗GPT다.
NYT는 중국 기업들이 생성형 AI라고 내놓은 프로그램들이 사실은 대부분 미국산 LLM을 가져와 개량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메타는 지난해 7월에 자체 개발한 LLM인 'LLaMA2(라마2)'를 상업적으로 써도 좋다며 공짜로 풀었다. 업계에서는 메타가 일단 LLM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를 위해 수익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설립 8개월 만에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3275억원)를 넘긴 중국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01.AI'를 언급했다. 해당 기업은 지난해 11월 무료 AI 프로그램 능력 평가에서 정상에 올랐다. 해당 기업의 리카이푸 창업자는 e메일 성명을 통해 자사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의 다른 기업들처럼" 메타의 라마를 기초로 제작되었다며 무료 프로그램을 쓰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고 밝혔다.
나라 안팎에서 AI 발목 잡아
물론 중국 기업들도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섰다.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는 지난해 3월 GPT와 비슷한 LLM인 ‘어니’를 개발하고 이에 연동하는 채팅 로봇 '어니봇'을 공개했으나 실시간 시연이 아닌 녹화 자료 공개에 그쳤다. 바이두의 리옌훙 CEO는 지난해 10월 '바이두 세계 2023 대회'에서 어니 4.0을 공개하면서 "종합적 수준이 GPT 4.0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바이두 외에도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을 포함한 3대 국유 통신사들이 앞장서 AI 개발에 나섰다. 차이나텔레콤은 이미 자체 LLM을 구축하는 동시에 지난해 말에 자회사 차이나텔레콤AI를 설립하기도 했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2017년 7월에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규획'을 발표하고 AI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중국 국무원은 2030년까지 중국 기업들이 세계 AI의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벤처캐피털 기업인 페이지원벤처스의 크리스 니콜라슨 파트너는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혁신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 챗GPT의 등장이 중국 기업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고 설명했다. 미 벤처캐피털 기업 레오니스캐피털의 제니 샤오 파트너는 중국에서 만든 AI 프로그램이 "아주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중국 기업들이 "서방 AI 프로그램을 미세 조정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며 중국의 생성형 AI 기술 발전이 미국에 비해 2~3년 뒤쳐졌다고 판단했다.
중국에서 AI 개발이 힘든 첫 번째 이유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검열이다. LLM을 개선하려면 인류 문명의 각종 자료를 천문학적인 규모로 학습시켜야 한다. 챗GPT가 등장한 2022년은 중국 정부가 IT 업계를 한참 탄압하던 시기였다. 수많은 IT 기업들이 정부 허가를 받지 못해 실험 연구를 포기했으며 지금도 AI의 학습을 위해 엄격한 정부 규정을 따라야 한다. 동시에 업계 관계자들은 AI가 정부를 거스르는 콘텐츠를 생성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어니봇의 경우 지난해 9월 정식 출시 당시 대만이나 공산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하면 화제를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관계자들은 AI의 문제 행동을 모두 차단할 수는 없다며 중국 내에서 생성형 AI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한 중국 내 투자자들은 기초 기술 개발보다 단기간에 투자 성과가 나오는 응용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미 듀크대학의 이란 첸 전자·컴퓨터공학 석좌교수는 중국 AI 투자의 50%가 생성형 AI 기초 프로그램 대신 보안 및 감시 분야에 필요한 컴퓨터 비전 기술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의 반도체 제재 역시 문제다. 미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미 정부는 아직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을 막지 않았으나 이 역시 바뀔 수 있다. 지난달 12일 SCMP는 중국군이 군사 AI 개발을 위해 바이두의 생성형 AI를 이용 중이라고 전했다. 바이두는 보도 직후 군과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달 15일 홍콩 증시에서는 바이두가 중국군 연계 의혹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10% 폭락하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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