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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길어질 고금리, 가계빚 경제복병 철저 관리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2 18:27

수정 2024.02.22 18:40

금통위 기준금리 9회연속 동결
서둘러 구조개혁 침체 막는 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3.50%)를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한은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9회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리를 내려 경기침체를 막고 경제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시급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들썩이는 물가, 눈덩이 가계빚,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불안 등 곳곳에 경제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2%대로 주춤해졌지만 생활물가,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다.
과일 값 등 먹거리 물가가 연일 고공행진 중이고 유가 역시 계속 상승세다. 가계부채는 고금리에도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4조9000억원이나 늘었는데, 이는 1월 기준 역대 두번째 큰 증가 폭이다. 지난해 4·4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직전분기보다 8조원이나 늘었다.

물가·가계빚 관리를 위해선 아예 금리를 올리는 것이 맞겠으나 현재 여건으론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 좀비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이들 기업의 줄도산은 물론 부동산 PF대출 부실도 줄줄이 터질 수 있다. 급격한 소비위축도 말할 것 없다.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한은이 결국 연속 동결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길어질 고금리 체제를 적극 대비할 수밖에 없다. 한은의 금리 기조에 영향을 주는 미국 금리도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지는 상황이다. 연준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분명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위원들은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 수준인 2%를 향해 계속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인하는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우리보다 2%p나 높은 5.5%(상단 기준)다. 연준이 인하를 시작해도 한은이 바로 기조를 바꿀 만한 상황도 아니다.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해 상당 폭으로 금리를 낮춘 뒤에야 한은도 인하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은이 인하에 나서도 예전 같은 저금리 시대는 다시 오기 힘들다. 고금리 국면을 정부와 경제주체들이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야기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1%를 제시했다. 3개월 전 전망한 수치와 동일하지만 국내외 다른 기관들 전망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이다. 국제통화기금, 경제협력개발기구, 한국개발연구원은 2.2~2.3%로 예상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고령화 등의 요인으로 잠재성장률은 2%보다 더 낮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밝혔는데 이 방법 말고 길이 없다. 총선을 앞두고 묻지마 선심 공약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의 각성이 우선돼야 한다.
연금·노동 분야 정부 개혁과제들도 이제 성과를 내야 할 때다. 사회 곳곳의 고비용·저효율을 가려내 체질을 바꿔야 경제 역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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