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현장이탈에 "의사 목소리 낼 방법 없었다"
朴차관 "정부 물리친 학습효과, 실력행사 나선것"
[파이낸셜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발생한 의료공백 사태를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朴차관 "정부 물리친 학습효과, 실력행사 나선것"
23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KBS1 TV에서 열린 토론에서 최근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과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일선 의료현장의 의료공백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향후 의사가 1만명 부족할 것으로 보고 오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정원을 2000명 늘려 지역 및 필수의료의 붕괴 위기와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병원의 응급대응과 수술, 당직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고 환자 곁을 떠나면서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대란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껏 의료현장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의사들의 목소리를 낼 방법이 없어 이런 선택(의료현장 이탈)을 한 것이 안타깝다"며 "중증환자와 응급환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교수, 전임의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고, 개원의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공의들은 피교육생으로 이들이 떠난다고 의료가 붕괴한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공의들이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으로 의사들의 입장에 대해 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해 "전공의가 빠졌을 때 혼란이 오는 부분은 의대정원이 부족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누적된 문제고 따라서 이번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으로 해결을 하자는 것"이라며 "수가 문제 등 원하는 문제에 대해서 구체화도 할 것인데 논의도 하기 전에 전체적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뛰쳐나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정부의 정책이 나오자마자 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떠나겠고 예고해 실력행사부터 하겠다고 나섰는데, 그동안 실력행사를 통해 정부의 정책을 물러나게 했던 것이 학습된 탓"이라며 "환자들 곁을 지키면서 요구조건을 낼 수 있었는데 그런 노력을 한 것인지, 실력행사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벌인 것이 아니고 개별적으로 판단해 사직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갑자기 병원을 나간 것이 아니고 그동안 의료현안협의체에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참여하는 등 전공의들의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전공의들은 개별적으로 판단해 사직을 한 것이고 오히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주동자에 대한) 구속수감 이야기를 하는 등 압박하고 조장했다고 보고 있다"고 박 차관의 의견에 반박했다.
박 차관은 "각자 판단을 했다면 어떻게 같은 날 그 많은 전공의들이 다 나갈 수 있겠냐"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SNS 등을 통해 밝히고 하면서 나간 것인데, 이를 실질적인 단체행동으로 보는 것이고 정부도 대책 없이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환자단체와 의대생들의 의견도 제기됐다.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모두가 각각의 사명 의식을 갖고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의사만의 특권처럼 얘기하는 것에 환자들이 불편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이사는 "의사만 밤을 새워 공부하고 도덕성을 담아 본인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며 "국민 모두가 다 그렇고, 우리나라 직업군이 다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는 자리는 지켜야 하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정부도, 의협도 환자를 내팽개쳤다"고 덧붙였다.
김건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생은 학창시절부터 수년 간 의사라는 사명감을 갖고 들어왔고 성인이 되기도 전에 평생 직업으로 타인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며 잠 못자고 배우며 학습한 지식을 환자에게 바칠 걸 어린 나이부터 결정한 것"이라며 의사들이 특권의식이 있다는 것에 반박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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