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24일(이하 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버크셔해서웨이가 앞으로 수년 동안에는 이전 같은 '눈의 튀어나올(eye-popping)' 정도의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치열한 경쟁을 이유로 꼽았다.
버크셔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비 28% 증가한 84억8100만달러라고 밝혔다.
또 버크셔는 지난해 주식 순매도 포지션을 취해 매도 규모는 40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매수 규모는 160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의 지난해말 현재 현금 보유규모는 1676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마땅히 인수할 곳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버크셔 회장겸 최고경영자(CEO)인 버핏은 버크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버크셔가 입질을 할만큼 좋은 투자기회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는 버크셔를 비롯해 일부 업체들이 매수를 저울질 하는 기업들이 있기는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미국 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버핏은 "버크셔의 바늘을 움직이게 할 정도의 기업은 미국내에 손에 꼽을 정도..."라면서 "미국 바깥으로 보면 버크셔 자본을 투입할 의미있는 옵션을 갖고 있는 곳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 28% 증가
버크셔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4억81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 66억2500만달러에 비해 28%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373억5000만달러로 전년 308억5300만달러에 비해 17% 증가했다.
버크셔 산하 보험사 가이코 등이 장사를 잘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버핏이 '아끼는 자식'인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가 특히 실적이 좋았다. 순익이 지난해 전체 54억2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보험료는 올렸지만 보험 청구는 감소해 이득을 봤다.
반면 버핏이 연례서한에서 지적한 것처럼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BNSF)는 실적이 둔화됐다. 순익이 50억8700만달러로 2022년 59억4600만달러에 비해 14% 줄었다.
투자 평가액 급증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8% 증가한 반면 투자 평가액까지 더한 순익은 같은 기간 181억달러에서 376억달러로 2배 넘게 폭증했다.
3500억달러가 넘는 버크셔의 투자포트폴리오 지분 평가액이 주가 상승 속에 급격히 늘어난 덕분이다.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차지하는 애플을 비롯해 지난해 버크셔 보유 지분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
버핏은 그러나 이같은 서류상 이익 대신 영업이익에 집중하라고 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
주식평가익은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 이상 그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이익으로 버크셔의 실제 영업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현금보유, 사상최대
버핏은 여전히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인공지능(AI) 붐 속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AI관련 종목들이 폭등세를 타고 있지만 버핏은 관심조차 없다.
이때문에 버크셔의 영업이익은 고스란히 사내보유이윤으로 전환되고 있다.
버크셔가 지난해 4분기말 보유하고 있는 현금, 현금성자산 규모는 1677억달러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3분기말 1570억달러에 비해 107억달러 늘었다.
이 돈은 일부 자사주 매입에 쓰이기는 했지만 기록적인 수준의 매수도 아니었다.
4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는 22억달러로 3분기 11억달러의 2배에 이르기는 했지만 지난해 전체로는 매수 규모가 크지 않았다.
2022년 79억달러에 비해 자사주 매수를 13억달러 늘린 92억달러로 확대하기는 했지만 2021년 271억달러에 비하면 약 3분의1 수준이었다.
한편 버핏은 시장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이전과 같은 높은 영업실적 성장세는 앞으로 수년 동안에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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