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해 '스캠코인'을 직접 공소장에 언급하며 관련 범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캠 코인 범행은 피의자들이 분업화된 조직을 운영해 피해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코인 가격을 부양한 뒤 고점에서 '물량 털기'를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통정·자전거래→허위정보 유포→물량털기'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점죄 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은 지난해 10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사기 혐의로 '청담동 주식부자'라는 별명을 가진 경제사범 이희진(38)씨와 그의 동생 이희문씨(35)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스캠코인'이라는 단어가 공소장에 적시된 첫 번째 사례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실체가 불분명한 사업을 기반으로 사기 범행을 위해 발행한 코인을 스캠 코인이라 지칭했다.
이씨 형제는 차명을 이용해 법인을 설립한 뒤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했다. 이후 사업체 관련 허위 과장·공시를 유포하고 통정·자전거래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코인 가격을 올리는 수법을 섰다. 차익 실현을 위해 코인 가격이 고점에 올랐을 때 이를 매도하는 물량털기 방식으로 수익을 편취했다.
검찰은 이들이 범행 전 코인이 사업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포장했다고 판단했다. 각 코인마다 일종의 사업과 연관시켰는데, 이씨 형제는 반려동물·중고차 매매·미술품 조각투자 등을 주요 콘셉트를 내세웠다. 두번째 단계에선 투자자들을 선동했다.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공유해 가격 상승을 유도했다. "5조원 규모 초대형 북미 펀드가 우리 코인에 투자했다"는 등의 허위 투자성과를 거래소 사이트에 공지하고, 직원들에게 코인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나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 코인거래를 유도하는 게시글도 매일 쓰도록 했다. 이씨 형제와 업체 관계자들이 약 3개월 동안 "오호 ○○코인 호재인 듯", "○○코인 지성매수 드가자" 등의 글을 게시한 횟수는 2936회에 이른다. 검찰은 시세조종을 위해 이들이 자기들끼리도 높은 가격으로 사고 판 것으로 판단했다. 거래소 어플리케이션에서 코인 종목을 거래대금 순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행동이다. 이씨 등은 약 2년 4개월간 총 1848만여회에 걸쳐 자전거래를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자전거래를 자동 수행하는 자동 프로그램인 '자전거래 봇(Bot)'도 활용했다. 검찰은 이들이 이렇게 부풀린 후 '물량 털기'방식으로 수익을 편취해 900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허위공시나 자전거래 외에도 투자자들을 속이는 방식은 조직별로 다양하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운영하며 코인을 소량 구매한 투자자들에게 투자업체 직원인 척 연락해 코인을 고가에 사겠다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6명으로부터 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콜센터 팀장 이모씨(28)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동원된 유명인들, 처벌 가능성 희박
유명인을 고문 등으로 내세워 신뢰도를 높여놓고 투자자들을 속이는 것도 대표적인 방식이다. 유명인을 동원하는 마케팅은 코인 업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유명인들이 스캠코인의 홍보에 동원돼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블록체인·격투기 연계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W코인'에 대해 일각에서 스캠코인 의혹이 불거졌는데, 유명 유튜버와 운동선수, 연예인 등이 W코인 업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명인들이 줄지어 해명을 내놓는 등 논란이 일었다.
다만 스캠코인이라도 홍보에 활용된 유명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사람들이 유명인들을 보고 신뢰를 했더라도 이들이 기망의 주체가 아니므로 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공직자가 연루돼 고발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경기도의 A 지방경찰청장은 W코인 전 대표로 알려진 최모씨와 만난 사실이 알려져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됐다. 최씨는 또다른 G코인과 관련해 스캠코인 의혹을 받아 수사를 받는 중이다.
고발을 진행한 진현수·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A 청장은 자신의 관할 경찰서에서 가상자산 업체 대표 최모 씨 등을 수사하고 있음에도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져 사진을 촬영했다"면서 "사적인 이해관계를 가졌음에도 이를 경찰청 혹은 행정안전부에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 청장은 "지인이 사무실에 방문한다고 해서 허락했는데 지인과 그의 아들, 아들의 친구 A씨를 만났다”며 “지인 아들 친구인 A씨가 스캠 코인 의혹 당사자인 줄 전혀 몰랐다”고 반박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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