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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훈의 위험한 생각] 언론 선거보도, 유튜브와 확연히 달라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5 19:18

수정 2024.02.25 19:18

선정적 스토리텔링 경쟁
언론사가 유튜브 따라해
고품격보도 신뢰 회복을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총선 정국이 복잡하다. 정권심판론과 거대야당 견제론이 팽팽한 가운데, 단수 공천, 경선, 컷오프, 하위 10%, 험지 출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위성정당 등 선거 과정의 이해를 위해 알아야 할 것이 많기도 하다. 국민의 관점에서 민주주의 선거 과정을 이해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언론의 정확하고 신뢰받는 보도는 유권자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언론이 유튜브를 닮아가서다. 언론은 고도의 완결성과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보도로 경쟁해야 하는데, 실상은 유튜브 방식의 클릭 수와 댓글 수 경쟁 분위기에 함몰되어 있어 유감이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는 언론이 아니다. 따라서 언론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유튜브는 누구나 편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일 뿐이다. 우리가 나누는 모든 대화에 책임이 따르는 것이 상식이지만, 모든 유튜버에게 언론에 요구되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유튜브 저널리즘, 소셜미디어 저널리즘이라는 용어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국민들이 언론을 믿을 수 없어 유튜브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쓰린 대목이다. 언론이 자성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유튜브를 따라 가서는 안 된다. 유튜브가 자극적이고 선정주의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사용자들에게 다가간다면, 언론은 그 반대 방향인 고품격 보도로 신뢰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조금 더 천천히 가고, 지루하게 다가가도 좋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방식의 책임지지 않는 선정주의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는 언론에는 미래가 없다.

미국 언론의 선정주의 논쟁이 권위있는 언론상으로 알려진 퓰리처상의 후원자 조지프 퓰리처가 19세기 말 인수한 뉴욕 월드에서 시작되었음은 아이러니다. 여기에 윌리엄 허스트의 뉴욕 저널이 합세하면서 소위 황색 저널리즘 전성시대가 열렸다. '책임 없는 신문'은 용서할 수 있어도 '재미없는 신문'은 용서할 수 없음이 당시의 지배적 분위기였다. 현재 시점에서 책임은 없어도 재미 있는 유튜브가 용서되는 이유와 같다.

황색 저널리즘은 미국 수정헌법 1조 권리장전에 명시된 표현, 언론, 출판의 자유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타임지의 발행인 헨리 루스가 시카고대학 총장 로버트 허친스에게 맡긴 민간 '언론자유위원회'가 1947년 발행한 보고서가 허친스 보고서라고 불리는 '자유롭고 책임있는 언론'이다. 허친스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언론 자유가 언론사와 언론인만을 위한 자유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수정헌법이 명시한 언론 자유의 궁극적 목적은 시민 관점에서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의 확대이며, 언론에 허용된 자유는 이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선거철 특수 선정주의 비즈니스 모델은 유권자의 자유를 위한 미디어의 책임을 고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언론의 소임은 유권자의 자유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에 대한 책임의식을 자각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의 자유를 외부 정치와 자본 권력의 개입으로부터 수호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언론사 내부 자율규제가 절대 중요하다는 것이 허친스 보고서의 결론이다.

데스크를 중심으로 한 기자들의 집단지성이 가장 가시적이고 효율적인 자율규제 장치다. 언론인 각자의 정치적 견해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선거보도 내용에는 편향적 정치적 관점이 개입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규제되어야 한다.

건강한 보수와 진보의 가치는 사회의 양대 담론으로서 절대 존중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은 그 담론 사이에서 다양한 생각의 자양분을 습득하는 자유를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다. 이번 총선의 언론 보도가 국민의 자유를 회복한 사례로 역사에서 평가받았으면 한다.
유튜브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책임이 수반되는 언론 자유 모델을 고민할 것을 부탁한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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