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오는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하는 검사출신 인사가 최소 47명에 달한다는 한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최근 현직 검사 신분을 유지한 채 공천을 신청해 형사사법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앞으로 정치적 중립 확보를 위해 판사·검사·고위직 경찰의 선거 입후보 조건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검사 출신 47명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거나 출마 의사를 밝히는 등 22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정달별로는 국민의힘 32명, 더불어민주당 12명, 개혁신당 3명이다.
참여연대측은 후보자들의 퇴직 시기를 기준으로 5개의 그룹을 구성했다. '1그룹'은 검사 퇴직 3년 이내, '2그룹'는 검사 퇴직 4~5년 이내이며 '3·4·5그룹'은 6~7년, 8~10년, 10년 이상이다.
■'출마선언' 현직 검사들 줄징계
우선 지난 2021년 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퇴직한 1그룹 7명 중 김상민·박용호(국민의힘), 신성식·이성윤(민주당) 검사는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수리되지 않아 검사 신분을 유지한 채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입당해 예비후보로 등록했거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대검찰청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거나 의심받는 언행을 한 현직 검사에 대해 중징계 등을 단행했다. 야당 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한 신성식 연구위원(검사장)에게는 품위 손상을 이유로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여당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박용호 전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에게는 정직 3개월을 처분했고,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는 정직 3개월, 감봉 3개월의 처분이 내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인재로 영입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해서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오는 27일 징계를 논의하는 2차 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찰 구성원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작은 오해의 소지도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사를 불문하고 바르고 공정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퇴시한 90일→6개월' 개정안 발의
총선 출마 의사는 개인적 영역이지만, 사법적 영역에서 국민안전과 민생을 책임지고 있는 현직 검사들의 잇따른 총선 출마를 두고 정치적 중립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의 중립성 유지 등을 명분으로 판·검사·고위 경찰의 선거 출마를 위한 사퇴 시한을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공직자들이 사의 표명 직후 총선에 참여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법적인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공직선거법 53조 4항은 사직이 접수된 때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명시하고 있고, 2021년 4월 대법원도 '황운하(더불어민주당 의원) 판례'를 통해 사직서 수리를 하지 않더라도 공무원이 후보 등록과 정당 가입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 등 입후보제한직에 있는 자가 공직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 선거일 전 90일까지, 배례대표국회의원선거나 보궐선거 등에 입후보하는 경우 30일까지 직을 사퇴하도록 각각 규정하고 있는데, 앞서 사직서 불수리로 현직 검사 신분인 후보자들의 경우도 총선 90일 이전에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에 따라 후보등록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은 공적 권한의 남용 방지를 위해 판·검사·고위 경찰의 입후보를 위한 사퇴시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이같은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판·검사·고위 경찰의 경우 입후보를 위한 사퇴시한을 '선거 전 90일까지'에서 '6개월까지'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또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나 보궐선거의 경우 사퇴시한을 '선거 전 30일'에서 '선거 전 2개월'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판검사 등과 같이 권한이 큰 공직자의 경우 수사·재판 중립성을 위해 다른 공직자들과 달리 출마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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