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과 해외 사례 참고해
판매 창구·자격 제한 및 KPI 개선 등
금융위·금감원 각자 제도 개선 고민
[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책임분담 기준안을 이달 초 발표하면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 논의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일회성 배상에 그치지 않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 금융회사의 투자상품 판매 제도 개선 방안을 각각 고민 중인 단계다. 홍콩H지수 ELS 판매 회사들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사후처리 외에 사전예방에도 힘쓰기 위해서다.
실질적으로 제도 개선의 주체가 되는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2일부터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해외 사례 등 검토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있다"며 "지금은 각자 맡은 분야를 들여다보고 나중에 함께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3월 9~10일 전후로 홍콩H지수 ELS 관련 손실 분담 기준안이 발표되면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상품 판매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점검하고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이미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두 금융당국 수장 모두 공감한 바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10조원 가운데 5조원가량이 손해날 것으로 본다"며 "종합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걸 바탕으로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재차 언급했다.
가장 민감하게 살피는 부분은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의 판매 창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전문성이 없는 은행원이 상품을 판매하다 보니 문제가 더 증폭됐다는 지적에 대한 대안이다.
강력하게는 은행에서 투자 상품 판매를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일부 자격증을 지닌 은행원만 판매할 수 있도록 문턱을 높이거나 특정 점포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떠오른다. 이외 은행원이 상품 판매에 무리하게 나서지 않도록 KPI 배점을 손질하는 것도 개선안의 한 가지 축을 차지한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 제도 도입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 반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견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