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공시 등 밸류업 정책 26일 발표
인센티브 미흡, 효과 큰 후속책 필요
인센티브 미흡, 효과 큰 후속책 필요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국민의 불만이 큰 만큼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에 거는 기대도 크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해 말 기준 1.05배다. PBR 1배가량이라는 건 주가가 순자산의 장부가치 수준에 머문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선진국 평균(3.10배)에 훨씬 못 미친다. 심지어 신흥국 평균(1.61배)과 비교해도 낮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어떻게 실행하고 어떤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장에서 외면받고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기업의 의무공시가 아닌 자율공시로 정한 점은 긍정적이다. 정부가 무리하게 기업에 의무공시를 요구할 경우 형식적인 보고 행태가 만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 조정에 나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자율공시가 갖는 한계도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공시하도록 유인할 인센티브가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우수 공시기업을 표창하고 모범 납세자로 선정되도록 우대하겠다는 정도의 혜택이 상장사들에 매력적인 유인책이 될지 의문스럽다.
기업가치 판단 지표도 세심한 선정이 요구된다. 정부는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오는 9월 개발,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케 할 방침이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연내 출시 상장한다는 일정이 나왔다.
그렇다면 9월 공개될 지표 구성이 핵심 관건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에 우선적으로 많이 거론되는 원인은 적은 배당 등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과 저조한 수익성,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이다. 결국 주요 투자지표를 고르고 어느 항목에 가중치를 둘 것이냐가 큰 숙제로 남는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수긍할 만한 지표를 내놓느냐에 따라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날 발표된 정책 외에 중장기적 보강방안이 잇따라 나와야 할 것이다. 문제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책에만 쏠려선 안 된다는 점이다. 가령 정부는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주주의 권리는 강화하고 이사진의 책임을 엄격히 따지는 방향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국내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떨어지고 주주친화정책이 미진한 데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 관련 정책이 뒤처진 점도 한몫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주주들이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자사주를 활용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말이다.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방안이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도록 확실한 유인책과 추가적 보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