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지역 의료원 찾은 행안부 "국가위기 극복에 힘 모아달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7 14:30

수정 2024.02.27 18:08

이상민 장관·고기동 차관 나서
지역 비상의료체계 대응 점검
지역 응급실은 가동률 50%로
지자체장들 연일 대책 머리맞대
2차병원은 24시간 ‘긴장의 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27일 강원 원주의료원을 방문,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며 입원 진료 환자를 격려하고 있다. 행안부 제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27일 강원 원주의료원을 방문,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며 입원 진료 환자를 격려하고 있다. 행안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국 종합】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의사들에게 최후통첩을 한 정부 수뇌부들이 지역 의료현장으로 총출동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의사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적극 가담자의 사법처리와 함께 의사면허 3개월 정지라는 초강수를 지난 26일 내놓은 상태다.

2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원주의료원을 찾아 지역 필수의료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료진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고기동 차관도 이날 군산의료원을 방문해 전북특별자치도의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는 등 지역공공의료기관의 대응을 점검했다.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이날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을 방문해 지역 비상의료체계를 점검했다.


이 장관은 이날 "의료원은 공공의료서비스 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감으로 국가적 의료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라고 당부했다.

■지역 의료공백 최소화 총력

각 지역 시도지사들도 연일 의료사태 공백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이날 도청 영상회의실에서 도내 주요 대형병원장, 5개 의료원장과 비상진료대책 회의를 열고 도민 의료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날 영상회의에는 남우동 강원대병원장, 이재준 춘천성심병원장, 어영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부원장, 유창식 강릉아산 병원장, 권태형 원주의료원장, 김종욱 강릉의료원장, 용왕식 속초의료원장, 권오선 삼척의료원장, 서영준 영월 의료원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현재 도내 9개 수련병원 전공의 390명 중 360명(92.3%)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며 아직까지 진료에 큰 차질은 없으나 응급수술은 20~30%, 내원환자는 1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가 끝난 후 김 지사는 곧바로 강원대병원을 찾아 심혈관 센터, 응급의료센터 등을 돌아보며 응급실 운영체계 등을 확인하고 중증·응급 수술 발생시 비상근무조 편성 상황도 점검했다.

전남도도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비상진료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 전남지역 전체 수련병원 5개소의 전공의 92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체 전공의 126명의 73% 규모다. 의사 집단행동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본부장을 맡았다. 행정부지사를 차장, 도민안전실장을 총괄조정관, 보건복지국장을 통제관으로 지정했다. 응급의료기관 35개소와 응급의료시설 9개소에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하도록 핫라인을 구축해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도내 공공의료기관인 의료원 3곳도 평일 근무 시간을 2시간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 응급실 가동률 50%대 하락

전공의 집단 사직 8일째를 맞아 대구지역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의료공백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급종합병원들은 외래와 응급실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200병상 규모의 2차 종합병원들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전공의 부재로 간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되자 경북대병원 노조는 간호사들에게 대리처방 등 불법 진료를 지시받을 경우 신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영남대병원 응급실은 치과·성형외과·신경과 등의 진료가 불가능하고, 피부과·외과도 추적 관찰 진료만 한다. 전날부터 정형외과 응급수술을 실시하지 않는 응급실도 파악된다.

계명대 동산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가동률이 50~60%대에 머무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대구의 2차 종합병원들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볐다. 달서구의 한 근골격계 전문병원에는 지난 24~25일 130여명의 응급 외상환자가 내원했다. 이 병원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면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경기도 각 지역도 보건의료 위기 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지난 23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하고, 대응에 나섰다.

안산시는 상록수보건소와 단원보건소도 평일 오후 8시까지 진료실 운영을 2시간씩 연장하고, 지역의료기관 간의 비상 진료 체계 핫라인을 유지하는 등 의료공백으로 인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건소 진료 연장 운영은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지속된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병원·응급의료기관별 모니터링을 지속 실시하고 소방, 경찰 등 유관기관과 핫라인을 통해 의료공백 최소화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응급의료센터들 의료공백 메워

지난해 울산시민들이 뽑은 울산시 시정베스트 1위에 선정된 지역응급의료센터 추가 지정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은 당시 울산시로서도 예상치 못한 1위 선정이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를 예견한 '유비무환'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울산시는 전공의 집단 이탈로 지난 23일 보건의료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상향되자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울산대병원의 의료 공백 차질에 적극 대응해 왔다. 그 중 하나가 울산지역 4곳의 응급의료센터와 진료협력체계를 강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두겸 울산시장은 27일 열린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에 참석해 울산의 대응 체계를 설명했다. '심각' 단계로 전환 후 울산시는 동강병원, 울산병원, 중앙병원, 울산시티병원 등 4곳의 지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울산대학병원 간 진료상황 공유 및 선순환 이송체계 구축 등 진료협력체계를 강화하고 현재 24시간 응급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울산시로서는 지난해 지정된 4곳으로 확대된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이처럼 가까운 시점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지역 응급의료센터는 인구 100만명당 1곳 지정 운영이 기준이다. 다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및 시행규칙에 따라 시·도지사가 응급의료에 관한 업무 수행을 위해 기준을 초과 지정할 수 있는데, 이 때는 응급의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하다.
지난해 울산시 인구는 111만명 선이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울산대학교 병원) 1곳과 지역응급의료센터(동강병원) 1곳만 사실상 가능했다.
이에 울산시는 수준 높은 응급의료 기능이 절실하다며 응급의료위원회를 설득, 중앙병원과 울산병원, 울산시티병원을 추가 지정하는 데 성공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김기섭 최수상 김장욱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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