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프랑스에서 56년 만에 교복이 등장했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베지에 시의 학교 4곳의 학생들은 이날부터 교복을 입고 등교했다.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 1세 치하에서 고등학교가 설립됐을 때 남자 기숙 학생이 교복을 입은 것을 제외하고 공립학교에서 교복이 의무화한 적이 없었다. 19세기 소수의 엘리트 공립학교가 교복을 도입한 적이 있지만 1968년에 사라졌는 게 교육 역사가 클로드 르리에브르의 설명이다.
프랑스 일부 학교에서 56년 만에 시범적으로 교복 착용을 시작했는데, 이는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지난해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내세운 여러 조치 중 하나다. 아탈 총리는 학교 권위 확립과 학습 분위기 조성, 학교 폭력 예방, 정교분리 원칙 준수 등을 위해 교복 착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복 착용은 당초 오는 9월 시작하는 새 학기부터 시범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베지에 시는 극우 성향의 로베르 메나르 시장이 한발 앞서 나갔다.
메나르 시장은 이날 한 시범 학교 앞에서 "우리는 10년 전부터 이 실험을 요구해왔다"며 "교복은 사회적 차이를 없애고 공화국의 학교를 보호하며 복장 문제로 인한 차별과 괴롭힘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0살과 16살 아들을 둔 셀린느는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이 학교에서 누가 최신 옷을 입고 오는지 경쟁이 붙었는데 이제 더는 옷 브랜드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CE1) 아이를 둔 마르탱은 "교복은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고 옷이나 외관에 대한 조롱에 맞서 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학교 교복엔 마을 문장도 새겨졌는데, 이 역시 아이들에게 주인 의식과 소속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교복 착용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3학년(CE2) 아이를 둔 크리스토프는 "교복 착용은 수업의 군대화"라며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 의무를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16세 아들을 둔 마티외도 "청소년에게 학교에 소속감을 갖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며 교복 착용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우선 베지에 시의 학교 4곳과 추가 시범 학교로 선정된 87곳에서 향후 2년간 교복을 착용해 본 뒤 2026년 전국 모든 공립 학교로 확대할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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