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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 근교 붕따우, 32m 예수상 올라 '야호'를 외치다[이환주의 내돈내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1 06:00

수정 2024.03.02 16:37

왕복 항공 '10만원'에 호찌민, 근교도시 투어: 5화
[파이낸셜뉴스]
붕따우 예수상에서 내려다 본 전경. 사진=이환주 기자
붕따우 예수상에서 내려다 본 전경. 사진=이환주 기자

붕따우 거리의 야경. 해가 바뀌어 현재는 2024년이 됐다.
붕따우 거리의 야경. 해가 바뀌어 현재는 2024년이 됐다.

붕따우에 가면 반드시 먹게 되는 길거리 간식, 반콧.
붕따우에 가면 반드시 먹게 되는 길거리 간식, 반콧.

"기억하라. 열등감은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한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
올해 2월 말 현재, 태국 치앙마이를 여행 중이다. 한 불교 사찰에서 나무에 붙어 있는 명언 두 줄이 눈길을 끈다. "Remember... no one can make you feel inferior without your consent.". 직역하면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당신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없다'는 정도의 뜻일 게다.

20대 무렵, '여자에게 인기가 없다'는 단 하나의 사실 때문에 필자는 참 많은 상처를 받았던 거 같다.


불혹에 가까운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사람은 타인에게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상처를 만드는 것이다.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도록 내가 허락한 사람만이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도 비슷하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시간을 공유해도 누구에게는 좋은 추억이, 누구에게는 단순히 지겨운 시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세상만사 마음먹기 나름이다.

붕따우 거리의 밤 전경 모습. 거리에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붕따우 거리의 밤 전경 모습. 거리에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무이네서 호찌민 찍고 다시 붕따우로

한 도시를 단 하루만에 돌아보는 일정을 짠 것은, 지나고나서 돌아보니 참 무리한 일이었다.

호찌민 3일, 무이네와 붕따우 각각 하루씩 일정으로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어느 곳도 충분히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무이네에서 바로 붕따우로 이동한다는 당초의 생각이 잘못이었다. 무이네에 도착해 알아보니 무이네에서 바로 붕따우로 가는 버스 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이네에서 지프 투어를 마치고 오전 10시쯤 호찌민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좌석이 침대처럼 눕혀지는 슬리핑 버스였는데 한국의 우등 고속버스보다 정확히 3배는 더 편했다.

호찌민에 도착해 바로 붕따우로 가는 버스 티켓을 샀다. 버스 출발까지 약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근처의 분짜 가게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하얀 쌀 면에 한국식 돼지갈비를 달달한 간장 국물에 찍어 먹는 요리로, 베트남 여행을 왔다면 대부분 한 두번 이상 먹게 되는 메뉴다.

버스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탑승했다. 하지만 붕따우행 버스는 바로 붕따우로 가는 대신에 중간에 다른 버스 정류소에서 승객들을 하차시켰다. 약 30분 정도 지나자 또 다른 버스가 승객들을 태우고 붕따우로 향했다. 무이네에서 붕따우로 이동하는데만 그날 하루가 거의 다 갔다. 붕따우에 도착하니 해는 이미 져있었다. 저렴하게 잘 구한 좋은 호텔이었지만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바로 호텔을 나왔다.

붕따우에서 다시 호찌민으로 돌아갈 때는 '클룩'을 통해 프라이빗 벤을 신청했다. 1만원 조금 넘는 비용이었지만 단지 몇 천원을 추가해 버스로 이동할 때보다 1~2시간 이상 절약하고 매우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첫 날 저녁은 옵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해산물 집으로 들어갔다. 점박이 무늬가 박혀 있는 현지 미니 소라 무침, 맛조개 구이, 새우와 해산물 볶음 라면과 맥주로 붕따우에서 첫 끼를 해결했다. 숙소로 오는 길에는 구글 평점이 높은 디저트 가게에 들려 현지식 디저트를 즐겼다. 붕따우 거리에서는 많은 현지 사람들이 거리에 '앉은 뱅이 의자'(일명 목욕탕 의자)를 두고 삼삼오오 둘러 앉아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붕따우 예수상을 올라가는 중간에 만난 현지 악사들과 관광객들.
붕따우 예수상을 올라가는 중간에 만난 현지 악사들과 관광객들.

붕따우 거대 예수상 앞에서 현지 '우리은행'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붕따우 거대 예수상 앞에서 현지 '우리은행'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브라질 부럽지 않다..32m 붕따우 예수상

호찌민에서 붕따우로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사람도 종종 있는데 그럴 때 반드시 가는 곳 1순위가 있다면 '거대 예수상'이다.

브라질 리우데 자네이루의 거대 예수상과 비슷한 모양으로 붕따우 반도 최남단인 바이두아 해변의 언덕 위에 있다. 자료마다 차이는 있지만 20미터 후반에서 30미터 초반, 보통 32m라고 한다. 예수상을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등산을 해야 한다. 예수상을 향해 올라가는데 등산로의 초입 쯤 커피 가게와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통기타와 색소폰 등 음악 소리가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붕따우 예수상의 하이라이트는 예수상의 내부를 통해 예수상의 꼭대기까지 올라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여성의 경우 짧은 치마를 있었을 경우 종교적인 이유로 예수상 내부를 들어갈 수 없다. 예수상 내부로 오르는 계단은 두 사람이 교차하면 간신히 서로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좁다. 나선형의 계단을 따라 한동안 올라가다 보면 예수상의 양쪽 어깨위에서 붕따우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붕따우 거대 예수상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보이는 시그니처 사진도 예수상의 어깨에서 내려다 본 붕따우 시내의 전경이다. 예수상의 어깨는 많아야 2~3명만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많으면 여러 장의 사진을 찍기에 눈치가 보일 수도 있다. 참고로 붕따우 예수상은 1972년 착공해 완공에만 22년이 걸렸다고 한다.

'화이트 팰리스', 티에우 별장

붕따우 예수상을 보고 다음으로 가기 좋은 장소는 '화이트 팰리스'라 불리는 '티에우 별장'이다.

그랩으로 택시를 잡으면 10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다. 미국에 '화이트 하우스'가 있는 것처럼 흰색은 권력자들이 좋아하는 색인가 보다. 가장 더럽혀지기 쉬운 색깔로 흰색을 유지하려면 꽤나 많은 손이 가기 때문이다. 유럽의 귀족들이 쓸모라곤 전혀 없는 잔디밭의 크기로 권세를 자랑한 것처럼 말이다.

티에우 별장은 1889년 프랑스 총독의 별장으로 세워졌다가 이후 응우옌 대통령이 개축해 별장으로 썼다고 한다. 지하는 물론 계단을 따라 2층인가 3층까지 둘러 볼 수 있다. 사실 크게 눈길을 끄는 장소라기 보다는 예수상을 보고 마땅히 할 일이 없으니 들리기 좋은 곳 정도였다.

티에우 별장을 둘러보고 커피로 목을 축인 뒤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호치민까지 가는 벤을 예약한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호텔 근처 붕따우 대표 간식인 '반콧' 맛집에 들렸다. 반콧은 얇은 밀가루 반죽을 튀기고 그 위에 새우 등을 올린 간식이다. 경우에 따라 반콧을 상추 등에 싸 먹기도 한다.

티에우 별장.
티에우 별장.

호치민 롯데마트.
호치민 롯데마트.

호찌민 롯데마트 찍고 한국으로

반콧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벤을 기다렸다. 호찌민에 도착해서는 'BTS, 봉준호, 손흥민, 제이팍 레츠고'의 바이브를 느끼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운영하는 곳을 연이어 몇군데 들렸다.

롯데리아에서 햄버거와 치킨을 먹고, 뚜레쥬르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었다. 롯데리아, 뚜레쥬르 모두 호치민 곳곳에서 매장이 보였고,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롯데리아 버거는 맥도날드 버거보다 최소 1.5배 이상 비쌌고, 뚜레쥬르도 현지 베이커리와 비교해 1.5배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이어서 GS25에서 현지 캔디인 '피셔맨 프렌드'를 잔뜩 사고 마지막 일정으로 롯데마트에 들렀다. 베트남 현지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롯데마트다.
코코넛 커피를 잔뜩 사서 박스는 버리고 내용물만 캐리어 곳곳에 쑤셔 넣었다. 롯데마트에 가니 '박항서' 감독의 팻말이 호찌민을 떠나는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 했다.
박항서 감독은 '따봉'을 날리는 모습이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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