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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기의 외교포커스] 3·1절에 생각하는 亞 국제질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9 18:17

수정 2024.02.29 18:17

日 '잃어버린 30년'처럼
中 대세론 힘 잃고 있지만
亞 역내 영향력 주시해야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추월,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대세론'이 힘을 잃고 있다. 그 진원지는 다름 아닌 점차 성장동력을 잃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개혁개방 이래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공개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4.6%에 그치고 2028년에는 3.5%까지 낮아진다고 전망했다.
3000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파산한 헝다그룹 사태로 현실화된 부동산시장 붕괴는 마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시발점이 된 1990년대 초 '버블붕괴'를 연상시킨다.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는 결국 중국 시장경제의 활력을 꺾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드러났다. 언제 경제적 뇌관이 될지도 모르는 국내총생산(GDP)의 300%에 이르는 정부부채, 급속한 노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잠식 등 중국 경제성장의 장애들은 단기처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라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1990년 GDP 대비 미국의 6.7%에 불과했던 중국은 2021년 GDP 17조8000억달러로 미국의 76%까지 따라갔다. 하지만 2023년 미국 GDP는 27조달러로 늘어난 반면 중국은 거의 제자리걸음인 18조달러에 그쳐 미국 GDP의 66%로 도리어 쪼그라들었다. IMF 전망대로 성장둔화가 지속되면 미중 간 경제력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사실 이런 일은 중국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일본도 전성기에 미국 GDP의 73%까지 추격했지만, 지금은 미국의 16%에 불과하다.

최근까지도 중국은 중국의 발전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필연적 추세"이니 주변국들은 '옳고 그름을 따져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헤어지면서 지금 "100년 동안 보지 못했던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은 지금 구조적 벽에 부딪혀 중국만의 희망적 사고에 그칠 상황이다. 한때 풍미했던 '세계질서의 미중 양강체제(G2) 재편'이나 중국 중심의 아시아 질서 형성 전망도 이제는 중국이 경제성장 동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한 어렵게 됐다. 그뿐만 아니다. 중국이 반미·반서방 블록으로 키워 온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도 그 중심에 있는 중국과 인도의 대립으로 결속력을 급속히 잃고 있다. 브릭스에 초청받은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는 결국 가입을 거절했다. 한때 중국 시장의 달콤한 유혹에 빠졌던 유럽 국가들도 대중투자를 줄이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을 중심으로 결속하고 있다.

세계경제에서 중국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브라질, 폴란드 등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과 달리 향후에도 경제전망이 밝은 인도는 경제적 파이를 늘리고, 미국 등 서방과 협력하면서 중국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 일본, 인도 등 다른 아시아 주요국들과 중국의 상대적 국력 격차가 줄어든다면 중국이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시아 단극체제가 형성되기보다는 역내 국가들의 전략적 공간과 지정학적 운신 폭이 훨씬 더 넓어질 수도 있다.

미국 쇠퇴론은 이미 1970년대부터 회자되어 온 오래된 화두이다. 미국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코헨이 미국의 쇠퇴를 전제로 '패권 이후(After Hegemony)'란 명저를 저술한 것이 벌써 40년 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이미 '지는 해'라고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3위와 큰 격차가 있는 세계 2위의 압도적인 경제적 힘, 급속히 덩치를 키운 막강한 군사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이 하루아침에 줄어들 일은 없다.


결국 한국의 지정학적 명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인 중국 경제의 향배가 어떻게 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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