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고남수 작가 <One Day-어떤 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9 22:51

수정 2024.02.29 22:51

고남수 작가의 돗토리 사구
<One Day-어떤 날>

[파이낸셜뉴스]

제주의 자연과 오름, 돌담, 숲 등을 찍는 고남수 작가가 <One Day-어떤 날> 주제로 3월6일부터 30일까지 25일간 서울 중구 호기심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다.

호기심 갤러리는 매주 일요일·월요일은 휴관이다.

고남수 작가는 "8월 15일, 나는 예년과 같이 돗토리 사구(砂丘)의 말등(사구의 정상을 부르는 말)에 서 있다. 같은 모래 위를 발이 푹푹 빠지면서 사람들이 오르고 있고, 사구의 입구 쪽에도 이제 갓 모래로 접어든 사람들이 많다. 똑같이 아득한 풍경에, 똑같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볕, 마치 시간이 가만히 멈춰 선 듯하다.
내가 몇 년 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 계속 여기 서 있었고 이제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멈춰 섰던 데부터 다시 이어갈 것처럼.

사구에서는 사물을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한 점에 집중하고 있지만 간헐적으로는 선택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전체를 더 잘 보려 하면 세세한 점들은 흐려진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면 얼굴들은 점으로 바뀌어 버린다.

내 옆을 지나는 붉은색 옷을 입은 여인을 보니 그녀는 뜨거운 햇살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하얀 목을 늘이고 얼굴을 높이 들어 뭔가를 기대하는 느낌이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상쾌함을 느끼는 표정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바람이 분다.
올라가며 힘들었던 것을 위로해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사구의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움직임은 없지만 수억 년의 자연활동을 통해 생겨난 모래. 사람들의 패턴과 같은 움직임과 알 수 없는 표정의 조합. 사진을 찍으며 우리가 얼마나 작고 나약하게 무리를 지어 시간 속을 통과하는지, 또 어떻게 흩어지고 작아지는지, 그 안에서 우리가 맡은 역할을 가늠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한다.
"라며 작가노트를 공개했다.

<One Day-어떤 날>

<One Day-어떤 날>

artpark@fnnews.com 박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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