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연극계 거목인 원로배우 오현경이 별세했다. 향년 88세.
1일 연극계에 따르면 오현경은 지난해 8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요양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해오다 이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한 극단 프로듀서는 “큰별이 소천하셨다”며 “대한민국 대배우, 최고 화술의 대가께서 소천하셨다. 존경하는 오현경 선생님을 더 이상 무대에서 뵐수가 없게 되었다”고 SNS를 통해 알렸다.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지난 2009년 연극 ‘봄날’을 보고 쓴 연극평의 일부를 게시하며 “평안한 안식을 위해 기도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집 나간 자식들을 그리워하는 그의 간결하면서도 깊이있는 대사 처리는 그야말로 이 공연의 화룡점정이었다. 그 한마디에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과 섭섭함, 자신의 삶에 대한 모든 회환을 응축시켰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한 팬도 부고를 듣자마자 ‘봄날’의 한 장면이 떠올리며 “선생님 이제 편히 쉬세요. 잊지 못할 수많은 장면 장면으로 남은 기억들, 감사합니다”라고 추모했다.
드라마 TV손자병법‘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이주화는 “1993년 KBS 15기 공채탤런트로 연수받으면서 오현경 선생님께 수업받았다”며 “암 투병과 교통사고로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연기를 쉬어본적이 없을 만큼, 무대를 너무나 사랑하신 선생님,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라며 애도했다.
고인은 지난 1955년 전국고등학교연극경연대회에 출품한 데뷔작 '사육신'을 통해 남자연기상을 수상하며 재능을 드러냈다. 연세대 국문학과 재학 중 연세극예술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12편의 연극에 참여했다.
졸업 후 극단 실험극장 창립 동인으로 활동하며 '휘가로의 결혼', 맹진사댁 경사', '동천홍', '허생전'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1961년 KBS 공채 1기 탤런트로 선발된 그는 브라운관에서도 눈부시게 빛났다. '푸른 눈의 며느리', '내일도 푸른하늘'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지난 1987년~1993년 방송된 'TV손자병법'으로 이름을 날렸다.
고인은 식도암, 위암 등을 겪으며 잠시 연기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2008년 연극 무대로 다시 돌아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08년 서울연극제 참가작인 '주인공'에서 주역 최팔영 역으로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을 받은데 이어 2009년에는 '봄날'에서 아버지 역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남자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팔순을 넘긴 지난 2020년에도 연극 '레미제라블'에 출연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으나 지난해 8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다시 무대에 서지 못했다.
동아연극상 남우조연상(1966),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1985), KBS 연기대상(1992)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남겼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추대됐다.
고인은 지난 2017년 별세한 배우 윤소정과 사이에 딸 오지혜, 아들 오세호를 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우로 활동하는 오지혜는 연합뉴스를 통해 "아버지가 쓰러지시기 5일 전만 해도 손숙 선생님 공연을 보러 가셨다"며 "늘 연극 무대를 그리워하셨던 분"이라고 돌이켰다.
또 “내일모레 아흔이신데도 새 작품을 하고 싶어 하셨어요. 연극을 향한 열정을 아무도 말릴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됐다. 발인은 5일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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