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여야는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제22대 총선에서도 비례대표 의석만을 위한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에 따라 위성정당이라는 수단 없이 선거를 치를 경우 위성정당을 만든 상대당보다 현저히 불리한 결과를 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양당의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는 이번에도 살리지 못하게 됐다. 정당 지지율과 의석 간 비례성을 높여 사표 문제를 해결하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원활히하자는 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각자 위성정당 창당을 마치고 공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양당 위성정당 창당 마치고 본격 공천 작업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범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창당 대회를 개최했다. 공동대표에는 윤영덕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영입인재 12호인 백승아 전 교사가 선출됐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총 30명의 후보 선출을 목표로 한다. 민주당이 20명, 새진보연합과 진보당이 각 3명, 시민사회 대표인 연합정치시민회의가 4명의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녹색진보당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월 23일 국민의미래 창당을 마치고 당대표에 당직자인 조혜정 정책국장을, 공천관리위원장에는 유일준 변호사를 임명했다. 국민의미래는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비례대표 의원 추천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꼼수 정당이라는 소수정당과 국민들의 강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건 결국 위성정당 없이는 표 싸움에서 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난립 해결'을 명분으로 병립형 비례제를 주장했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을 고집하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같은 그림이 그려지게 됐다.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한 많이 가져오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홍보 방식은 사뭇 다르다. 불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미래는 국민의힘과 같은 정당임을 강조하고 있다. 당직자를 당대표로 세우고, 당 공관위원을 위성정당 공관위원장에 세운 것도 '같은 공천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한 위원장은 비례정당 선거운동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총선에 출마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상 비례 위성정당 민주개혁진보연합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대신 민주당은 진보 연대를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을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이날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연합 창당대회 축사에서 "무도하고, 무책임하고,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관심한 'N무 정권'을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힘을 합쳐 꼭 보여주자"고 말했다. 반(反)윤석열 정권 지지층에 호소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다만 민주당은 공천 잡음이 이는 상황에서 비례대표 순번 작업만큼은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제3지대 원내 진입 어려워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제3지대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으나 뾰족한 돌파구는 없는 상황이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결국 갈라지면서 '빅텐트'는 실패했고 총선 전까지 새로운 연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과 정의당은 이번 총선 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을 창당했고,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은 새진보연합을 지난달 3일 나란히 출범한 상황이다. 이중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녹색정의당은 위성정당 창당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거대 양당처럼 꼼수를 쓰지 않겠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제3지대는 위성정당 창당 여부와는 별개로 주요 거물급 인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의 당선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금까지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다면 10석 안팎의 당선도 가능할 거라는 긍정론도 정치권에선 존재한다.
■與野 지지율 추이 봐가며 표 계산 집중
의석수와 정당 지지율을 연계하는 준연동형 비례제의 특성 상 양당의 지지율이 이번 총선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제에 반대 입장을 내왔지만 최근 지지율에 내심 기뻐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달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 간 지지율 격차는 6개월만에 오차범위 밖(±3.1%)으로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전주보다 3%포인트 오른 40%, 민주당은 전주보다 2%포인트 내린 33%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대로라면 현재로선 민주당이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조국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적지 않은 민주당의 잠재적 몫의 의석수를 가져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개혁신당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여권은 보고 있다.
다만 이같은 지지율이 앞으로의 한달 동안 유지될 지가 관건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요새 정당 지지율이 바뀌는 상황이지만 한달 사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며 "양당 모두 과반 의석을 자신하기는 현재로서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선거구 획정안 늑장 처리부터 지난 총선과 같은 방식의 위성 정당 창당까지 제21대 국회는 이번에도 선거를 앞두고 당리당략을 위한 결정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개혁을 원하는 양당 의원들 사이에선 '선수가 아닌 전문가에게 선거제 결정권을 주자'는 얘기가 나온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보인다. 이 평론가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양당이 왜 바꾸려고 하겠냐"며 "선거제가 근본적으로 바뀌려면 유권자가 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제3지대를 원내에 진입시켜 어느 양당도 과반을 못하게 되면 바꿀 수는 있다"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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