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리스크에 자금 마련 안간힘
부동산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의 고금리 차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2%대 회사채를 10% 가까운 금리로 차환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 위한 기업들의 '이자비용 버티기'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신공영(신용등급 BBB0)은 지난달 28일 1년 만기 5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표면이율은 연 9.5%다. 발행 목적은 차환 자금 마련이다.
한신공영은 지난 2021년 발행했던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이달 150억원, 4월 150억원, 11월 200억원 등 총 500억원 규모다. 당시 발행금리는 연 2.1~3.1% 수준이었다.
P-CBO는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신용보증기금이 지급 보증을 서는 채권이다. 그러나 P-CBO 채권은 발행한도가 정해져 있어 이를 채운 기업은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을 찾아야 한다.
앞서 한신공영은 지난해 7월 이자부담을 덜기 위해 적격기관투자자(QIB) 시장을 찾기도 했다. 2년물 사모채 400억원어치를 연 4.781%에 찍었다. 같은 시기 한신공영의 사모채 2년물 금리(연 8.0%)를 감안하면 이자 부담을 대폭 줄인 것이다.
QIB 시장은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적격기관투자자만이 참여할 수 있다. 신생기업 또는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에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에이치엘디앤아이(HL D&I)한라(신용등급 BBB+)는 지난달 28일 공모시장에서 1년물 7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운영 및 차환자금을 목적으로 표면이자율은 연 8.5%에서 결정됐다.
HL D&I 한라는 올해 총 1732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차례로 돌아온다. 오는 29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1000억원어치)의 경우 표면이자율은 연 4.0%다. 연 4%대 금리의 회사채를 연 8%대로 갈아타는 셈이다.
에스지씨(SGC)이테크건설은 지난달 26일 사모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8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은 연 8.5%에 달했다. 이 회사는 국내 4대 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지 않은 상태다.
앞서 SGC이테크건설은 지난해 8월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내걸고 사모채 총 150억원어치를 발행한 바 있다. 2년물이지만 올해 7월부터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해 풋옵션에도 대비해야 한다.
신용등급 A0 수준에 해당하는 대우건설은 상황이 그나마 낫다. 지난달 27일 P-CBO 사모채 4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3년물로 표면이자율은 연 5.232%에 결정됐다. 지난해 9월 발행한 2년물 일반 사모채 금리(연 7.1%)와 비교하면 2%포인트 가까이 낮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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