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선업계 또 대규모 임금체불…상생협약 이행 속도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4 18:35

수정 2024.03.04 21:50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열린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식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두겸 울산시장, 조선 5사 원청·협력업체 대표 등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2.27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열린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식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두겸 울산시장, 조선 5사 원청·협력업체 대표 등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2.27


조선업계가 다시 하청업체 '임금체불'로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한 조선업 상생협약을 체결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이행 속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체불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는 대책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4일 고용노동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거제도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대규모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업 사업장의 경우 재하도급(물량팀)을 중심으로 38억원대 임금이 밀렸다.
한화오션도 탑플랜트, 천향플랜트, 공두산업, 태산기업 등 물량팀에서 5억2000만원 규모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확인되지 않은 임금체불을 감안하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 임금체불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가 지난해 2월 대대적으로 홍보한 조선업 원하청의 상생 협약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당시 원청은 적정 수준의 기성금(공사금액)을 지급하고, 하청은 임금인상률을 높이는 한편 물량팀 사용을 최소화 하는 등 원하청이 자율적으로 상생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또 원청이 하청 기성금을 지급할 때 인건비를 따로 떼어 은행 등 제3자에게 입금하는 에스크로 결제 제도를 적극 활용해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체불을 예방하기로 했다.

이같은 협약에도 임금체불이 계속되는 이유는 하도급이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조선 원하청은 통상 물량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다. 이 때 하청업체들은 공사 기일을 맞추기 위해 숙련도가 높은 이들로 구성된 물량팀과 재하청 계약을 맺는다. 여기서 물량팀의 고임금을 하청업체들이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임금체불이 대부분이다.

최근 거제 조선업계에서는 물량팀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하청업체 정규직들이 물량팀으로 떠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임금체불 해결을 위해 없어져야 할 물량팀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조선업 상생협약이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임금체불을 없애기 위해서는 원청이 기성금을 높여야 한다. 상생협약 첫번째 조항이 '원청 적정 기성금 지급, 하청 임금인상률 인상'이지만 원청과 협력사와의 계약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방법이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성금을 투명하게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크로 제도도 임금체불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상생협약 초기부터 에스크로 제도를 사용하고 있지만 임금체불을 피해가지 못했다. 다만 정부는 에스크로 제도가 없었으면 임금체불 규모가 더 커졌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예전에는 몇십억대로 임금체불 규모가 커지면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그냥 도망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에스크로 제도를 통해 그나마 이미 입금된 임금이라도 지급돼 경영이윤을 못 남긴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대책마련에 나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김준휘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이 지난주 거제 조선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행정지도를 통해 현재 체불된 규모의 절반 이상을 해결하기로 했다"며 "체불임금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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