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사이 국방비 38배 증가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국방비 지출국인 중국의 올해 국방 예산이 한화 기준으로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섰다. 경제 둔화 속에서도 '2035년 국방 현대화 목표'를 향한 행군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에 보고한 올해 예산안에서 국방비 지출을 지난해 대비 7.2% 늘어난 1조6700억 위안(약 309조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 7.2%와 같지만,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중국 국방 예산 증액률은 2019년 7.5%에서 2020년 6.6%로 하락한 뒤 2021년 6.8%, 2022년 7.1%를 기록했다.
시진핑 지도부가 미국과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2035년까지 국방 현대화 달성이라는 목표아래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전략적 중요성이 큰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둔 대만에서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이 3연속 집권한 데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동남아 국가들과 연대한 미국의 견제가 커진 상황이 국방비 7.2% 증액의 배경으로 보인다.
중국 국방예산은 1994년 60억달러(8조13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증가율 15%를 기록하면서 대폭 증가했다. 최근 30년간 중국의 국방예산 평균 증가율은 6.6%에 달한다. 30년 사이 38배 이상이 증가한 셈이다.
앞서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은 4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국방 지출의 합리적·안정적 증가를 유지해 국방력과 경제력 동시 성장을 촉진했다"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과 비교해 줄곧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서방 분석가들은 중국 국방예산에는 무기 및 국방장비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출, 우주의 군사적 이용에 대한 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방 정부도 국방비 지출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어 실제 국방 예산은 발표치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오는 2027년을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해로 설정하고 있다.
대만 문제와 국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등 관련 국가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원론적인 입장을 펴는 데 그쳤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리 총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 공식‘을 지키며 외부 세력의 간섭과 분리세력의 분열 시도를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92 공식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내용을 골자로 한 중국과 대만 국민당 정부간의 구두 합의다.
리 총리는 이어 "양안간 평화 발전, 조국 통일 대업을 변함없이 추진하고 중화민족의 근본이익을 수호하며 양안 간 융합 발전을 심화하고 양안 동포의 복지를 증진하며 민족 부흥의 위업을 한마음으로 이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외 관계에 대해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선도한다"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세계 거버넌스 체계의 변혁을 추진하고,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을 이끌겠다"라고 다극화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한편 올 전인대에서는 고품질 발전을 강조하는 공동 부유 정책 의지가 부각되는 등 시진핑 국가주석의 의지가 더 두드러졌다. 리창 총리는 업무 보고에서 당 중앙 및 신시대의 시진핑 사상 등을 각 분야에 걸쳐 반복적으로 여러 차례 강조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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