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민생토론회서 발표
앞서 與는 총선공약으로 덜컥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정부와 여당간에 정책 공약 '저작권'을 놓고 물밑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선 통상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여당의 속성이 빚은 정책적 불협화음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與는 총선공약으로 덜컥
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경기 광명시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 17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양육비 선지급제를 내놨다. 이는 앞서 국민의힘이 먼저 총선 공약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발표 당시 대통령실과 여성가족부가 상세한 내용을 준비 중이라며 조기 발표를 만류했음에도 여당이 공약 발표를 강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에 의하면, 한부모 가정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른바 '배드파더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선지급하는 정책은 대선공약으로서 정부가 오랫동안 검토한 끝에 이날 윤 대통령이 주관한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됐다. 여가부가 의뢰한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면서다.
하지만 지난 달 정책 완성도가 미흡한 상태에서 여당이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여가부가 여당의 설익은 정책 발표를 만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발표한 것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정부가 세부 내용과 소요 재원 등을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당에서 먼저 치고 나온 것"이라며 "당이 정무적인 판단으로 공약을 발표하려는 걸 정부 입장에서 하지 말라고 할 순 없긴 하지만 아쉽다"고 토로했다.
양육비 선지급 외에도 여당이 정부가 내부 검토중인 민생 정책을 총선 공약으로 끌어다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주요 민생관련 정책 이슈들의 경우 주기적으로 당정, 또는 고위 당정협의를 통해 조율해왔지만 총선일이 임박할수록 여당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해 미리 선수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선 국면에선 사실 당과 정부는 정책 경쟁 상대가 돼서 평상시 당정협의를 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그러다 보니 정부가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려 준비하는 동안 당이 미완성이라도 발표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정책 이슈 발표 준비 과정에서 집권 여당이 미리 발표한 건 양육비 선지급제가 처음이다. 특히 양육비 선지급 이슈의 경우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유튜브 채널 숏츠영상으로 공약했던 내용이라 대통령실로선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국민적 체감도가 높은 공약들을 내놓는 것은 당연할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정책 완성도를 높이기도 전에, 그것도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국민들한테 제시할 민생 현안을 마음 급하다고 미리 꺼내버리면, 정책 완성도도 문제지만 국정과제 이행에 있어 김을 미리 빼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통령실 내부에선 최근 윤 대통령의 릴레이 민생토론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민생 이슈들에 대해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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