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비교적 조용한 공천을 이어가던 국민의힘에서도 드디어 불만이 새어 나오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양지에 있는 현역 의원들에게 경선 기회를 주지 않고 전략공천을 결정하면서 잡음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 공천에 탈락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은 공관위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탈당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공관위는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 "시스템공천 무너졌다" 현역 반발
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텃밭 공천'에서 다수 현역 의원이 컷오프(공천 배제)되면서 공관위에 대한 반발은 물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날(5일) 컷오프된 현역 의원은 박성중(서울 서초을), 유경준(서울 강남병), 안병길(부산 서·동구), 홍석준(대구 달서갑) 의원 등 4명이다. '국민공천제' 지역에 포함된 류성걸 (대구 동·군위갑) 양금희(대구 북갑) 이채익(울산 남갑)도 사실상 컷오프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박성중 의원만 지역구 재배치를 받아들여 경기 부천을에 출마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의원들의 반발세가 심상치 않다.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강남병에 우선추천되면서 컷오프된 유경준 의원은 이날 언론에 자신이 공관위와 비대위에 제출한 이의 신청서를 공개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당내 지지도가 높아 단수추천 요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컷오프된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공관위에서 결정한 후보의 사회적 명망이나 자질, 능력에 대해서는 결코 부정하지 않지만 시스템 공천을 자부했던 공관위가 정량적 지표에 근거하지 않은 의사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개인사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판단한 안병길 의원도 공관위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안 의원은 "문제는 없지만 가족 간의 반발로 인한 정치적인 파장이 우려돼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논리는 어디에 있는 공천 기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영남 지역에서 3선을 지낸 이채익 의원은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이에 공관위는 유 의원에 대한 컷오프 배경 등을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갈등 봉합은 미지수다. 여기다 처음 실시되는 국민추천제가 텃밭에서 비공개로 이뤄지면서 향후 갈등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현역 의원 114명 중 불출마·컷오프된 의원은 총 36명(31.6%)으로 앞으로 추가적인 현역 컷오프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태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오는 9일에 발표되는 경선 결과에 현역이 11명 들어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현역 의원 교체율이) 35%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유영하 등판..박근혜 효과 도움 될까
공관위는 대구 달서갑에서 현역인 홍석준 의원을 컷오프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한 것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변호사 단수공천 배경에 대해 "데이터로 보면 유 변호사가 2등 후보와 점수 차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정무적 판단을 역으로 했다. 빠른 시간 내 단수공천을 하면 박 전 대통령을 너무 배려해서 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발표를) 늦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당의 관계가 공천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홍 의원은 공관위 결정에 정식 반발했다. 홍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공관위는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 제도를 도입해 밀실 공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왔지만 (대구 달서갑에서) 공정한 시스템 공천 대원칙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선 유 변호사와 도태우 변호사(대구 중남)가 공천되면서 '친박 귀환'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이 텃밭에서의 보수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중도층 표심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박근혜 효과'가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점이 당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보수층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새로운 시각을 갖는 추세"라며 "탄핵은 지나간 역사다. 유 변호사 공천이 중도층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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