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생필품 가격 ‘더 자주’ 올린 기업들
인상 빈도, 16.1개월에 1회에서 10.1개월에 1회로
인하 빈도는 20.8개월→17.5개월로 큰 변화 없어
여러 번 올렸는데 인하율은 유지...“생활물가↑”
인상 빈도, 16.1개월에 1회에서 10.1개월에 1회로
인하 빈도는 20.8개월→17.5개월로 큰 변화 없어
여러 번 올렸는데 인하율은 유지...“생활물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생필품 가격을 1년에 평균 두 번씩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1년에 한 번 정도 소비자 가격을 조정했으나 인상 빈도를 2회로 늘리며 고물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12일 한국은행은 BOK이슈노트 보고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이 500여개 유통업체 판매하는 생필품 209개의 판매가 추이를 지난 2018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분석한 결과 국내기업의 가격조정 빈도(인상·인하빈도, 할인 등 일시적 조정 제외)는 월평균 11% 수준(2018~2021년)에서 팬데믹 이후 고인플레이션 기간에는 15.6%(2022~2023년)로 큰 폭 상승했다.
이는 평균적인 상품가격 유지 기간이 약 9.1개월에서 6.4개월로 단축됐다는 의미로 기업들이 가격을 더 빈번하게 조정했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은 팬데믹 이전에는 1년에 1.2~3회가량 생필품 가격 조정에 나섰으나 팬데믹 이후에는 1년에 두 번씩 가격 조정에 나섰다.
가격조정은 주로 인하보다 인상 빈도가 늘어난 데 기인했다. 가격 인상 빈도는 팬데믹 이전 16.1개월에 1회에서 이후 10.1개월의 1회로 6개월 축소됐다. 인하 빈도가 같은 기간 20.8개월에서 17.5개월로 3개월 정도 줄어든 것에 비해 축소폭이 두 배 가까이 크다.
평균 가격 인상률과 인하율 등 조정폭은 팬데믹 전후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 생필품가격 인상률은 1회당 평균 20~25%, 인하율은 15~20% 수준을 기록했다. 고물가 시기에 기업들이 가격을 급격히 올리면 소비자의 저항이 심해져 경쟁제품으로의 대체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 시 ‘폭’보다는 ‘빈도’를 조정한 결과다.
품목별로 보면 차·음료, 조미료·식용유지, 즉석식품·냉동식품, 곡물가공품, 위생용품 등을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아 2022년 이후 비용 인상 압력이 컸던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빈도가 더 높았다.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의 가격조정 빈도가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팬데믹 이전 등 과거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유가 급상승 등 외부 변수가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의 변동 폭이 물가안정기에 비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분절화, 지정학적 갈등 등이 기업들의 가격 조정을 유도할 수 있어 물가경계심을 상당기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동재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기업 가격설정행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 물가 상황을 판단시가격조정행태가 과거 수준으로 정상화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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