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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 못생겼어" 말 전달했는데, 명예훼손? [최우석 기자의 로이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1 16:36

수정 2024.03.11 17:00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학창 시절 다른 이의 험담을 한 사례는 대부분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못생겼다거나, 성격이 좋지 않다는 등의 얘기를 친구들과 나눴던 기억이다. 또 나름대로 자신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었다. 이런 험담을 대상자 본인에게 알려주는 친구들이다.

그렇다면 외모와 성격 품평회를 한 친구가 오히려 이를 대상자에게 전달한 친구를 고소했을 때 죄는 성립할까? 검찰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보고 그를 기소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고등학생인 A군은 B군에게 다른 친구 2명의 외모가 “못생겼다”는 험담을 했다. 또 B군은 험담 대상자 2명과 그룹 채팅을 통해 ‘A가 너희들의 외모가 못생겼다는 얘기를 하고 다닌다’고 전달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험담의 대상 2명이 아니라, A군이 B군을 상대로 명예훼손 형사고소를 한 것이다.

검찰 역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A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B군을 법원으로 넘겼다. 따라서 쟁점은 못생겼다고 타인의 외모를 품평한 내용을 다중에 전달한 것이 외모 품평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가 된다.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해야 성립한다. 사실이란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증명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상태를 말한다.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은 사실이 아니므로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

대법원도 ‘목사가 예배 중 특정인을 가리켜 “이단 중에 이단이다”고 설교한 부분이 명예훼손죄의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어느 교리가 정통 교리이고 어느 교리가 여기에 배치되는 교리인지는 교단을 구성하는 대다수의 목회자나 신도들이 평가하는 관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외모에 대한 평가, 즉 ‘못생겼다’는 사실이 아닌 의견이라 할 수 있다. 사실은 거짓과 양립할 수 없으나 외모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으로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어 이에 대한 평가는 의견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못생겼다”고 말한 것을 타인에게 전달한 것 또한 의견을 타인에게 전달한 것이라 사실을 적시해서 명예훼손 행위라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명예훼손에서 문제 되는 것은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전달하는 말의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다만 재판은 현재 진행형이고, 명예훼손 법리에 대해 갑론을박 중이다.
일각에선 ‘못생김’이 사실이라 인정되면 그보다도 더 슬플 수는 없겠다는 의견도 있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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