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주연
음악으로 서사 전하는게 가장 중요
첫 공연 후 "너무 청아하다" 댓글
노래 실력만 뽐내면 안되겠다 느껴
몸 표현 등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댄서들 앙상블 보며 겸손 배워
관객 함성은 매일 들어도 좋아
그럴만한 자격 갖추도록 늘 연습
음악으로 서사 전하는게 가장 중요
첫 공연 후 "너무 청아하다" 댓글
노래 실력만 뽐내면 안되겠다 느껴
몸 표현 등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댄서들 앙상블 보며 겸손 배워
관객 함성은 매일 들어도 좋아
그럴만한 자격 갖추도록 늘 연습
"'노트르담 드 파리'를 무려 300회나 한 윤형렬의 콰지모토는 그동안의 노하우가 다 녹아있는 공연이라면 양준모의 콰지모토는 손에 꼽히는 바리톤 보컬리스트의 멋진 음색을 들을 수 있죠. 저는 연민을 자아내는 연기로 관객의 감정을 파고들었습니다."
'영웅'의 안중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등 대극장 무대를 책임져온 배우 정성화(사진)가 프랑스 라이선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종지기 콰지모토로 분했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 이 무대에 오른 그는 지난 6일 인터뷰에서 세 배우의 무대를 비교하면서 "누굴 선택해도 다 만족하겠지만, 이왕이면 제 공연을 선택해 달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최고 매력은 음악"
정성화는 이날 개그맨 출신답게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했지만 자신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뮤지컬 무대에 대한 진중한 태도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세상은 넓고 위대한 사람은 많다"며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를 국내외에서 1000번 넘게 한 댄서 등 앙상블의 위대한 몸짓이 나를 겸손하게 한다. 지금도 성장하기 위해 절실하게 연습한다"고 말했다.
6년 만에 7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대적인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배우들의 노래와 전문 댄서들의 화려한 춤 그리고 독특한 무대예술로 '프랑스 대표 뮤지컬'의 명성을 입증했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대성당의 시대' '아름답다' '춤을 춰요 에스메랄라' 등 감성을 자극하는 주옥같은 음악은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정성화 역시 '음악의 에너지'를 언급하며 "2007년 '노트르담 드 파리'를 처음 보고 받았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정말 이렇게 좋은 음악이 있나 싶었는데, '아름답다'는 프랑스 차트에서 44주간 1위를 했더라"고 돌이켰다. 특히 꼽추 역할이라 등이 굽고 얼굴이 일그러진 불편한 자세로 노래를 해야 하는데도 그는 공연 내내 음악을 즐기고 있다. 정성화는 "제 스스로가 음악을 즐기면서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연 전엔 많이 긴장되고 체력적으로도 힘든데 어서 빨리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도 노래가 좋다며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놓고 차만 타면 튼다"며 부연했다.
집시 여인 '에스메랄라'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과 욕망을 그린 이 작품에서 콰지모토는 권위 있는 성당의 대주교나 두 여인의 마음을 훔치는 젊은 근위대장에 비해 한없이 미천하고 추한 존재지만 가장 성숙한 사랑을 보여준다. 정성화는 "추한 이미지를 전달하면서도 연민을 자아내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달리 '송스루' 방식을 취하는 프랑스 뮤지컬의 특성을 고려해 "노래를 통해 서사가 잘 전달되게 신경 썼다"고 부연했다. "'아름답다'를 부를 때 사랑에 빠지고 '내 집은 그대의 집'을 노래할 때 더 깊어졌다가 감옥에 갇힌 그녀를 구해줄 때 그 사랑이 절정에 이르는 식이죠." 노래와 표현을 나눠서 발전시키고 있다는 그는 "첫 공연 후 '너무 청아한 콰지모토'라는 댓글을 보고 노래 실력만 뽐내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윤형렬과 양준모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윤형렬이 '여기서 두 걸음 걸어야 안 넘어진다' '(벽 꼭대기에서 내려올 때) 발이 들어가는 틈이 딱하나 있는데 여기다 등 정말 세세하게 조언해줬죠. '영웅''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함께 한 양준모와는 이전보다 더 돈독한 사이가 됐습니다. 전우애를 느낍니다."
■"환호와 박수 위해 이 악물고 연습"
"첫 공연 날의 함성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는 정성화는 1994년 SBS 공채 코미디언으로 출발해 인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 경우다. 드라마 '카이스트'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불러주지 않으면서 공백기가 찾아왔다. 그는 "전기가 끊어질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는데, 표인봉 선배가 연극 '아일랜드'(2004)를 하라고 했다"며 "마침 그 공연을 (현재 드림씨어터의) 설도권 대표가 보고 저를 발탁해 '아이 러브 유'(2006)로 뮤지컬 데뷔를 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운 좋게도 그때 뮤지컬업계 대스타 남경주가 하나부터 열까지 지도 편달해줬다.
"첫 공연하고, 관객의 함성소리에 눈물이 났죠. 그 소름 돋는 기억이 잊히지 않아요. 나 이걸 위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는 뮤지컬의 매력으로 "환호성과 박수"를 꼽으며 "중독됐다"고 했다. "매일 받아도 질리지 않아요. 2시간 반 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면서 이 무대를 위해 꾸준히 연습한 것에 대한 상과 같죠. 그래서 환호성과 박수를 꿈꾸면서 연습하고, 이걸 받을만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연습량을 채웁니다."
데뷔 초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그는 "배우도 발전을 거듭하지 않으면 끝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잖냐"며 "지난 20년간 이를 악물었고, 연습량을 철직처럼 지켰다"고 했다. "그때도 지금도 절실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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