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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23번 우연이라더니'..교사들 학원에 수억 받고 ‘문제 거래’ 사실이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2 04:50

수정 2024.03.12 04:50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의 23번 문항.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의 23번 문항.

[파이낸셜뉴스] 입시학원과 유착한 현직 교사들이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는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혐의가 확인된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의혹' 사실로

수사 요청 대상에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 논란 관련자들이 포함됐다. 해당 논란은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교재에 나온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에 그대로 출제되면서 불거졌다.

감사원이 파악한 경위를 보면, 2023년 1월 출간될 예정인 EBS 수능 연계 교재에 한 고교 교사가 2022년 3월 ‘Too Much Information’(TMI)라는 지문으로 출제한 문항이 수록돼 있었다.


대학교수 A씨는 2022년 8월 해당 EBS 교재 감수에 참여하며 TMI 지문을 알게 됐고, 이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위촉돼 TMI 지문을 수능 23번 문항으로 출제했다.

평소 교원에게 문항을 사서 모의고사를 만들던 유명 강사 B씨는 TMI 지문의 원 출제자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원 C씨를 통해 TMI 지문으로 만든 문항을 받아 9월 말 모의고사로 발간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능 문항을 확정하기 전 사설 모의고사와의 중복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평가원 영어팀은 B씨가 발간한 모의고사를 2020년과 2021년에 구매했지만 2022년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구매하지 않아 검증 대상에서 누락된 것이다. 당시 평가원은 사교육업체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한데도 개인 수강생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인지하지 못했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

또 중복 출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215건 들어왔는데도, 평가원 담당자 4명은 공모해 이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축소하려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피라미드식 조직' 굴리며 거액 챙긴 교사들


수능 출제 또는 EBS 수능 연계교재 집필에 참여한 다수 교사가 입시학원과 문항을 거래한 것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교원과 입시학원 간 문항 거래는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 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항 거래는 수능이나 수능 모의고사 출제 경력, EBS 수능 연계 집필 경력이 있는 교원을 중간 매개로 삼아 ‘피라미드식’ 조직적 형태로 전개됐다.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고교 교사가 다른 교사 8명과 함께 ‘문항공급조직’을 꾸린 뒤, 4년여에 걸쳐 문제 2천여 개를 만들어 사교육업체, 유명 학원강사들에게 팔아 6억6000만원을 챙긴 사안도 드러났다.

또, 교사가 배우자와 공모해 출판업체를 차려 현직 교사 35명으로 문항 제작팀을 구성한 뒤 입시업체와 유명 학원강사에게 문항을 팔아넘겨 수억원을 챙긴 교사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들 외에도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받았다고 확인되는 다수 교원에 대해 감사위원회 의결 이후 엄중한 책임 문책 등 조치를 할 계획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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