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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느림보 반도체 클러스터, 속전속결 TSMC 배워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2 18:42

수정 2024.03.12 18:42

TSMC 일본공장 20개월에 준공
용인 클러스터 완공에 6년 남아
지난 2월 12일 일본 남서부 구마모토현에 준공된 대만 TSMC와 일본의 합작공장 전경. /사진=뉴시스
지난 2월 12일 일본 남서부 구마모토현에 준공된 대만 TSMC와 일본의 합작공장 전경. /사진=뉴시스
정부가 경기 용인에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12일 착수했다. 국가산업단지 승인에 필요한 핵심 인허가 과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사전 컨설팅으로 평가절차를 간소화하고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한 처리를 지원한다. 이렇게 내년 1·4분기 중 사업을 승인하고 2026년 말 착공할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공장(팹) 첫 가동은 2030년이다. 용인 국가산업단지는 용인 처인구 남사읍, 이동읍 일대 728만1000㎡ 터에 조성된다.

정부는 지난 1월 용인을 중심으로 평택·화성·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에 민관 합작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500조원,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자해 오는 2047년까지 16개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그간 착공에 걸림돌이 됐던 인허가, 용수·전력 문제의 신속한 해결도 약속했다.

622조원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통 큰 전략과 계획만 봐선 훌륭하다. 그러나 클러스터의 핵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 용인 공장은 발표 5년이 지났지만 착공조차 못했다.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5만㎡를 부지로 정했는데 토지보상, 용수 등 여러 문제로 착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빨라야 2027년에나 가동될 것이라고 한다.

무관심했던 정치권이 첫삽도 못 뜬 SK하이닉스 용인 공장 이슈를 꺼낸 건 선거철이 돼서다. 여야는 경기 남부, 이른바 '반도체 벨트'를 찾아 경쟁적으로 "전폭 지원" "규제 철폐"를 외쳤다. 중요한 표밭의 표심을 잡겠다는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지금까지 뭘 하다 이제야 지역경제니 일자리니 하면서 떠든단 말인가.

일본은 반도체 주도권을 되찾고자 절치부심하고 있다. 첫 포문이 지난달 24일 준공한 TSMC 구마모토 1공장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의 합작품인데,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세계 최단기 준공이다. 통상 5년쯤 걸리는 공기를 20개월로 대폭 당긴 것이다. 일본 정부는 투자액의 40%인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일본 반도체 생산의 르네상스'라는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의 축사가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TSMC는 대만의 남·중·서부에 2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동시다발로 추진 중이다. 미국 정부는 애리조나주에 2곳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TSMC에 50억달러 이상의 파격적 보조금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도 27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반도체 투자펀드를 만들어 미국의 수출규제를 무력화할 태세다.

계획대로라면 6년 후인 2030년에야 반도체 클러스터 첫 공장이 돌아간다. 그 안에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일본 구마모토 2공장까지 모두 가동되고 있을 때다. 인텔이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고 장담한 기간도 6년 안이다. 중국도 5~7년 안에 반도체 생산량을 배로 늘릴 것이다.

첫 공장 2030년 가동은 늦어도 너무 늦다. 2047년 클러스터 완성 비전도 너무 안이하다. 초고속 예외적 패스트트랙은 물론 용수·전력 등 인프라 조성을 동시에 추진, 공기를 단축해야 한다.
첫 공장 가동을 적어도 2~3년 앞당겨야 한다. 국가 명운이 걸린 반도체 투자에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은 한마음 한뜻으로 지원에 나서기 바란다.
필요하다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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