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 한 중년 여성이 청과물 판매상인과 실랑이를 벌였다. 여성은 "별로 크지도 않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1개를 더 달라"며 상인을 다그쳤고, 상인은 "그렇게 팔면 정말 남는 게 없다"고 응수했다. 여성은 사과 하나를 덤으로 받고 자리를 뜨자 상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과도, 딸기도 다 올랐다
기자가 찾은 청량리청과물시장은 과채류의 도소매가 함께 이뤄지는 전통시장이다. 대형할인매장 등에 비해 가격이 10~20% 정도 저렴해 수도권 각지에서 소비자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이런 곳마저도 최근 이어지고 있는 과일값 고공행진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다. 곳곳에서 "너무 올랐다"는 소비자 불만을 들을 수 있었다.
사과 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사과(후지) 10개당 소매가격은 지난 12일 3만97원으로 1년 전(2만3063원)보다 30.5% 올랐다. 같은 기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3.1%)의 10배 수준으로 급등한 셈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김모씨(55) "식구들이 매일 아침을 밥 대신 사과로 챙기다 보니 사과를 많이 먹는 편인데, 요즘은 사과 사는게 두렵다"며 "성인 남성 주먹보다 큰 것을 사고 싶었는데 아저씨가 3개에 1만원을 달라고 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것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온 A씨는 "사과 값이 너무 올라 요즘은 평상시 하나 먹을 것도 반쪽식 잘라 먹고 있다"면서 "지난해 같았으면 1만원에 7~8개는 받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5개밖에 못 샀다. 이것도 크기가 많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과일 값도 많이 뛰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온 이모씨(77)는 "사과가 너무 비싸 딸기를 사려 했는데, 이것 역시 만만하지 않더라"라며 "늙은이의 몇 안 되는 재미 중 하나가 과일 먹는 재미인데,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딸기는 지난 12일 100g당 1665원으로 1년 전(1543원)에 비해 7.9% 올랐다.
상인들, "우리도 마진 줄어"
상인들 역시 앙등한 과일값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년 넘게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박모씨(58)는 높아진 과일 가격 탓에 에누리를 시도하는 손님들 때문에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물건값을 흥정하는데 응해주기도 하고 단골들에게 덤을 주기도 하는 것이 장사 노하우인데, 마진이 박해져 그러기 어렵다"며 "요즘은 사과 1상자를 떼오는 데 8만~9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사과 도매가격은 지난 1월 17일(9만0740원) 사상 처음으로 9만원선을 돌파했고 지난 1월 29일에는 9만452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계속해서 9만원 선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손님들이 사과값이 너무 비싸다고 깎아 달라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난감하다"며 "덤을 주자니 남는 것이 없고 덤을 안 주자니 아예 팔 수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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