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 10일 종영한 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 2TV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은 당대 최강국 거란과의 26년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고려의 번영과 동아시아의 평화 시대를 이룩한 고려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 분)을 비롯해 수많은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고려 거란 전쟁' 최종회에서는 강감찬이 이끄는 20만 고려군이 소배압(김준배 분)의 거란 최정예 부대와 최후의 전투를 펼쳐 승리를 쟁취했고, 드라마는 13.8%(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극 중 김동준은 고려의 8대 왕이자 고려 왕조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한 군주 현종 역으로 열연했다. 김동준은 사생아로 태어나 혼란한 정세 속에서 왕이 되고, 거란제국과 26년간의 전쟁을 통해 번영의 꽃을 피우며 성군으로 성장한 현종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아무것도 모르던 10대 소년이 전쟁 속에서 여러 상황을 겪으며 관용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부분은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동준에게 '고려 거란 전쟁'은 첫 번째 정통 사극. 군 전역 후 열정이 가득하던 그는 '고려 거란 전쟁' 대본을 보고 작품에 욕심을 냈고, 반삭을 하고 체중 9㎏을 빼는 등 노력을 쏟으며 '현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열정을 발산한 덕분에 '2023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최우수상을 받기도. 부담감을 이겨내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작품을 잘 끝마친 김동준은 앞으로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김동준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0일 '고려 거란 전쟁'이 종영했다. 여정을 마친 소감은.
▶촬영이 지난주에 끝났는데, 오늘 아침 나올 때만 해도 끝난 게 실감 안 났다. 문경에 가야 할 것 같고, 수원 세트장에 들어가야 할 것 같고.(웃음) 그런데 인터뷰하다 보니 '방송이 끝났구나', '현종을 보내드려야겠구나'라는 실감이 들었다. 일요일에 마지막회를 보는데 시작할 때부터 울컥하더라. 촬영할 때 모두 고생한 게 떠오르면서 눈물이 났다.
-'고려 거란 전쟁'이 제대 후 첫 작품이다. 원래 사극을 좋아했나.
▶사극도 좋아하고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그러다 전역 후 열정이 가득한 시기에 대본을 처음 보게 됐다. 군 복무로 활동 공백기가 생겼을 당시 연기 공부를 열심히 했다. 다른 사람이 활동하는 걸 질투하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공부해 전투력과 자신감이 '맥스'를 찍었을 때 '고려 거란 전쟁' 대본을 보게 된 거다. 또 전역 후 얼마 안 돼 역사 속 '전쟁'을 다루는 대본을 만나니까 더 열린 마음으로 대본을 읽었고, 출연을 결심했다. 당시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야 한다'라고 하셔서 삭발을 하려고 했더니 오히려 감독님께서 말리시더라. 또 내가 군 복무를 하면서 몸을 많이 키웠는데 초반에 감독님이 '왕순이 너무 크다'라고 하셔서 이후에 체중을 8~9kg 정도 줄였다. 그 정도로 열정이 가득 찼었다.
-'정통 사극'은 처음아닌가. 열정만큼 부담감도 컸을 듯한데.
▶현종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고 연기해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너무 대단한 성군 아닌가. 그런 분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듯하다. 하지만 최수종 선배님을 비롯한 많은 선배님과 감독님들께서 믿음을 주시고 같이 만들어가면 된다고 해주셔서 믿고 함께 했다.
-촬영을 한다고 부담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을 텐데.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종이라는 인물만 생각했다. 하루 종일 고민하면서 대본만 보고, 자려다가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게 있으면 메모하고 그랬다. 선배님들께서도 내가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다. 드라마가 왕순이 왕이 돼가는 과정을 그리니 초반에는 자유롭게 가보자는 조언을 들었다. 현종이 군주로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인물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무게감을 실어주려고 했다. (캐릭터에 대한) 의견도 많이 냈는데, 너무 과몰입하면 감독님이 조율해 주셨다. 그러면서 현종을 만들어갔다. 또 현종의 대사 중 유독 '그래?', '뭐요?' 이런 대사들이 많았는데, 너무 자주 나오니까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되는 거다. 그때 선배님들께서 장난을 치시면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다. 특히 조희봉 선배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왕순이 현종이 되면서 목소리 톤도 달라지더라. 이 역시 의도한 것인가.
▶그렇다. 극이 현종이 왕이 되기 전부터 즉위 후 성군이 되기까지를 다루지 않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왕이 돼 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10대 때는 순수함과 패기가 있었다면, 시간이 흘러 군주가 된 뒤에는 묵직해지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연기하면서 최수종 선배님께 '너무 좋아하는 롤모델이 있으면 따라 하게 되지 않나요, 현종이 강감찬을 만나 성장하니 저도 선배님의 연기를 닮아가면 어떨까요'라고 여쭤봤더니, 선배님께서도 '두 사람이 서로 영향을 받는 존재들이라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런 부분도 녹여보려고 했다.
-그렇게 노력하며 달려왔기에 마지막 신을 촬영할 땐 기분이 남달랐겠다.
▶현종이 마지막에 강감찬을 보내주는 게 거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최수종 선배님의 눈을 보고 '살펴 가시오'라고 해야 하는데, 울컥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 짧은 순간이지만 주마등이 지나가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대사도 잘 안 나왔다. '현종이 강감찬을 보낼 때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으면서 뭉클했다. 신에 대한 비하인드도 있다. 강감찬이 정전에서 떠난 뒤 현종이 머리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지 않나. 머리를 숙이는 건 보통 왕이 하지 않은 행동인데, 그 두 사람이 현종과 강감찬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고, 수종 선배님도 좋은 것 같다고 하셔서 그 신이 탄생하게 됐다. 사람 대 사람으로 상대를 대하며 마음을 움직이는 현종의 모습을 잘 표현한 듯하다.
-'고려 거란 전쟁'을 하면서 최수종에게도 많이 의지한 듯한데, 모든 촬영이 끝난 뒤 어떤 말을 해줬나.
▶촬영 내내 '사극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많은 연기의 길이 열린다'는 말씀을 해주시고 또 내가 이 장르를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정전에서 리허설할 때 내가 준비한 걸 연기하면 바로 수종 선배님에게 달려가서 '어떠세요?'라고 여쭤봤다. 그러면 피드백을 해주시고. 감독님도 거기에 맞게 동선을 만들어주셔서 재밌게 신을 만들었다. 선배님이 걸어오신 길이 '교과서' 아닌가. 나도 촬영하면서 공부하는 느낌으로 많이 배우려고 했다. 마지막 촬영이 끝난 뒤에는 '고생했다'라고 말씀해 주시더라.
-최수종과 연기하면서 많은 걸 느꼈겠다.
▶선배님이 정말 현장에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날이 더운데 갑옷까지 입으셔서 힘드셨을 텐데도 현장에서 모든 사람과 소통하고 배려하고 장난도 쳐주셨다. 언젠가는 촬영하면서 보조 출연자들이 너무 힘들어하니까 단상 위에 올라가서 노래를 불러주시는 거다. 덕분에 지쳐있던 분들도 힘을 낼 수 있었다. 가수인 나도 갑자기 노래를 시키면 부담스러울 텐데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주는 드라마'라면서 직접 노래까지 불러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런 선배님의 마음이 좋은 드라마를 만든 힘이 된 듯하다.
<【N인터뷰】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