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상반기 금리 인하, '거의 없다'는 한은...“5월 전망 보고 피벗 결정”(종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4 16:33

수정 2024.03.14 16:33

한국은행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
“2022년부터 합쳐서 볼 때 가계대출, 안정적 관리”
주택가격 불확실성 매우 커...가격 하락 시 신용위험↑
긴축 기조 완화·입주 물량 축소 등 상방요인도 혼재
“상반기 금리 인하는 ‘거의 없어”...5월 전망 중요해”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가계대출이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있어 핵심 변수로 부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해 가계대출이 낮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가계대출 증감을 좌우하는 주택시장 여건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하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은 가운데 상반기 금리 인하는 ‘거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농산물을 중심으로 물가가 여전히 목표 수준(2%)에 안착하지 못했고 주요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등이 국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남아있어 5월에 제시되는 전망을 보고 판단한다는 기조다.

■안정세 찾은 가계대출이지만...한은 “주택시장 불확실성 매우 크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14일 한은은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당분간 낮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0.7%에 그쳤고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도 떨어졌다"며 지난 2022년과 2023년을 전체적으로 보면 가계대출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결정하는 가계대출이 주택 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가운데 가계대출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음을 한은이 재확인한 것이다.

한은은 특히 지난해 가계대출을 끌어올린 정책금융 상품 공급 규모가 올해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과 주택도시기금 디딤돌대출의 공급규모는 지난해 59조5000억원에서 올해 40조원 내외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40조원이 예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치고 주택도시기금이 신생아 특례대출 등 신규 정책금융을 출시하면서 가계대출을 자극할 요인이 남아있는 것은 변수다.

또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좌우하는 주택가격이 올해 매우 불확실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다. 우선 한은은 높은 주택가격 수준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 등을 주택 매수 심리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평가했다. 만약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의 신용위험이 확대할 수 있다. 한은은 "가계의 자금조달이 주로 부동산 담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주택가격 하락이 상환능력이 충분치 않은 주담대 차주 등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한은은 일부 지역 개발 호재, 수도권 입주물량 축소 등은 주택시장 회복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며 주택시장 여건에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긴축기조 완화 기대 등으로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될 경우 투자 심리가 살아날 수 있어 향후 주택시장 전개 양상 등 가계대출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물가 확신 여전히 부족한 한은...“금리 인하는 5월 전망 이후 판단”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가계대출 안정세에도 한은은 상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이 부총재보는 "2월 경제전망에 비추어 본다면 상반기 중 정책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기조가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다는 확신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 부문 간 파급 측면에서 농산물 등 ‘장바구니 물가’가 전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은 40.6%로 과실 물가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85년 1월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체 상품이 없는 만큼 과일 가격 강세는 올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으나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한은에 따르면 일반인의 물가수준에 대한 인식은 아직 3%대 후반에 머물러 있으며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2%)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아직 과거보다 낮은 수준이다.

방홍기 한은 정책기획부장은 “일반인 등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의 상당수가 가격을 설정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주체이기 때문”이라며 “기대 인플레가 안정돼야 실제 한은에서 관측하는 물가도 안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피벗이 한국의 물가와 부채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등 대외 변수도 남아있다. 이날 한은은 “미 연준 통화 정책의 완화 전환이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스인플레이션 및 디레버리징 과정을 저해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최근 고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급등을 경험했던 경제 주체들이 물가 및 자산가격 상승 기대를 재형성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부채의 디레버리징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에 연준이 적극 대응하면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한은은 여러 대외변수를 종합 검토하면서 5월에 제시되는 경제전망을 토대로 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와 시점을 판단할 예정이다.
이 부총재보는 "하반기 중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5월에 여건 변화를 고려해서 경제전망을 다시 하고 그에 기반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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