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레저

렌터카로 치앙마이 여행 2배 더 즐기기 : 1화 [이환주의 내돈내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6 07:00

수정 2024.03.16 07:00

[파이낸셜뉴스]
치앙마이 구 도심 동쪽에 위치한 타패게이트에서 관광객들이 비둘기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환주 기자.
치앙마이 구 도심 동쪽에 위치한 타패게이트에서 관광객들이 비둘기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환주 기자.

치앙마이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도이수텝 사원의 금불상.
치앙마이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도이수텝 사원의 금불상.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푸른 빛의 작은 호수가 있는 치앙마이 No39 카페. 물이 맑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인이 파란색 물감을 풀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푸른 빛의 작은 호수가 있는 치앙마이 No39 카페. 물이 맑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인이 파란색 물감을 풀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각자가 꿈꾸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는 두 가지 로망이 있었다. 첫째로는, 낯선 이국으로 홀로 떠나는 비행기 좌석, 우연히 옆 자리에 앉은 타국의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여러가지 우연들이 겹쳐 현지에서 다시 조우, 그와 함께 남은 여행 일정을 함께 보내는 것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본 뒤, 해당 로망에 대해 '여행의 기술'이란 짧은 소설을 쓴 적이 있다. 몇 줄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하지만 말이야. 나는 비행기에 탈 때마다 쭉 상상해 왔어. 누군가 멋진 여성이 내 옆자리에 앉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날 방콕행 비행기의 내 옆자리에 바로 네가 앉은 거야.

그리고 너는 지금과 다름없는 멍청한 얼굴로 내게 물었지. 혹시 안녕하세요가 태국말로 뭔지 아세요 하고. 내가 최근 몇 년간 본 얼굴 중에 가장 우스운 얼굴이었어. 초면에 웃음을 참느라 정말 혼났다구.

어쩔 수 없었어. 나는 그때 '상상하기'를 넘어서 '저지르기'라는 여행의 새로운 경지로 접어드는 중이었거든. 알랭 드 보통이란 작가가 그의 책에서 여행의 거의 모든 즐거움은 '상상하기'에서 온다고 말해. 왜 공항에서 도시의 이름들이 타라라락 하고 넘어가는 순간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부푸는 것 말이야. 하지만 내 경우에 상상으로 가득했던 여행들이 늘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었거든. 그리고 그날 나는 마침내 내 옆자리에 앉은 낯선 여성에게 말을 거는 상상 대신 그것을 직접 실행하기로 한 거야. 그리고 깨달았지. 상상과 실행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말이야.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말이지.

렌터카로 치앙마이 여행 2배 더 즐기기 : 1화 [이환주의 내돈내산]

물론 현실에서 소설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러 나라들을 혼자 여행하면서 다양하고 기묘한 경험들을 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잠깐이지만 그들과 친구가 되기도 했다. 여행하기의 즐거움은 떠나는 곳, 목적지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으로 가기까지 과정과 그 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모든 우연과 사람에 있는 것이다.

14년 전 열흘 간의 토론토 여행 썰

2009년 12월 31일 자정, 20대 중반의 필자는 캐나다 토론토의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2명의 흑인 친구들과 함께 새해의 카운트 다운을 외쳤다. 2010년 새해가 시작되자 토론토 시청 뒤로 화려한 불꽃 폭죽이 터졌고, 거리에는 담배인지 마리화나인지 모를 연기가 가득했다. 경찰들은 이를 보고도 단속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새해를 같이 보낸 흑인 두 명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출신의 삼촌과 조카 사이였다. 삼촌 쪽은 일본 군대에서 근무를 했다고 했다. 그는 이후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프랑스 여자 '소피'를 좋아한다고 필자에게 고백했고, 필자는 소피와 그를 데리고 토론토에 있는 한인 식당에 가서 순두부찌개를 같이 먹었다. 필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디애나폴리스 가이와 소피는 잘 연결되진 않았다.

페이스북을 뒤져 찾아 낸 2009년 12월 31일 토론토의 어느 술집.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2010년의 첫 1분과 1초를 불꽃놀이를 보며 함께 맞이했다.
페이스북을 뒤져 찾아 낸 2009년 12월 31일 토론토의 어느 술집.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2010년의 첫 1분과 1초를 불꽃놀이를 보며 함께 맞이했다.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 한 한국인 남녀 한 쌍이 들어왔다. 미국 올란도 디즈니랜드에서 같이 인턴으로 일을 한 사이라고 했다. 남자 쪽이 여자 쪽에 호감을 갖고 있는 상황처럼 보였지만 여자는 사귈 생각이 없어 보이는 눈치였다. 아무튼 토론토에서 한국인을 만난 게 반가워 그 날 저녁은 나 포함 3명의 한국인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신라면'을 끓이자 한국에서 먹을 때 보다 훨씬 더 매캐한 라면과 고춧가루의 냄새가 게스트 하우스 전체로 퍼졌다. 냄새를 맡은 게스트 하우스의 여행객들이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했고 결국 10여 명이 넘는 전세계의 여행자들과 맥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일본, 루마니아, 미국, 중동 등 국가도 다양했다. 밤이 깊어 졌을 때 캐나다 전국의 클럽 투어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잘생긴 게이 커플이 우리 모임에 합류했다. 둘 모두 키 180cm이상에 모델 같이 마른 몸, 예쁘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 중 한 명은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하는 엘리트였는데 클럽 투어를 하면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쾌락을 느낄 수 있는 법을 실험하고 있다"고 했다.

나이아가라 폭포 버스투어를 신청했을 때는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있던 독일인 여자애와 말을 나누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그 다음 방문한 아이스와인(매우 달콤한 디저트 와인) 농장 투어를 함께 돌아다녔다.

나이아가라 폭포 원데이 투어에 포함된 아이스와인 와이너리 방문 당시 모습.
나이아가라 폭포 원데이 투어에 포함된 아이스와인 와이너리 방문 당시 모습.

위의 사건 모두 2009년 토론토 여행을 갔던 단 일주일 동안 일어난 일이다. 당시 교환학생 신분으로 캐나다의 동쪽 끝에 있는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대학교(UPEI)에 다녔는데 연말 겨울방학을 맞아 여행을 온 것이었다. 하지만 폭설로 인해 돌아가는 비행기가 3일 가량 지연됐다. 어쩔 수 없이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3일을 더 묵어야 했다.

추가로 얻게 된 3일, 게스트 하우스에서 알게 된 독일인 남자와 일본인 여자애 1명과 함께 토론토 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아이스링크에서 같이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스케이트를 함께 탔던 일본인 여자애는 그 후 몇 년 뒤에 한국에 놀러왔다. 대학생이던 나는 친구와 함께 그 일본인 여자애의 서울 관광을 도와주기도 했었다.

비행기 지연으로 3일 더 묵게 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독일인 친구.
비행기 지연으로 3일 더 묵게 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독일인 친구.

여행에 대한 첫 번째 로망을 온전히 이룬 적은 없었지만 이때부터 홀로 떠나는 여행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여행지에서는 다들 마음의 자물쇠를 반 쯤은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작은 인사로도 친구를 만들기가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앙마이, 오토바이 투어는 어떨까

여행에 대한 두 번째 로망은 바로 '오토바이 투어'였다. 이번 치앙마이 여행을 앞두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남들은 잘 찾지 않는 현지의 곳곳을 둘러보고 싶었다. 영화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체 게바라'의 오토바이 여행을 다룬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포스터처럼 유유자적 돌아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치앙마이로 떠나기 전 이번 여행에 동행할 현지 친구가 생겼고, 계획을 세우는 중에 오토바이보다는 차를 렌트해서 다니는 편이 좋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치앙마이 4일, 치앙마이 근교 도시인 치앙라이 3일 등 총 8박 7일의 일정을 세웠다. 구글맵에 주요 관광지, 괜찮아 보이는 식당의 리스트를 체크해뒀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GLN'이라는 QR코드 페이를 새로 알았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달러 환전 후 바트화 환전, 바트화 환전, 현지 출금, 현지 신용카드 결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골머리를 썩었다. 하지만 이번에 'GLN'을 써보니 실시간 환율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어 그 어떤 결제 방식보다 간편했다.

치앙마이는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북쪽으로 700㎞ 정도 떨어져 있는 태국에서 2번째로 큰 도시다. '치앙'은 도시라는 뜻이고 '마이'는 새롭다는 뜻이다.
2024년 2월 말, 새로운 도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