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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높은 위세 낮은 평가, 국회의원 심판은 국민 몫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7 20:09

수정 2024.03.17 20:09

사회적 지위 1위 국회의원
유권자 냉철하게 투표해야
직업별 사회적지위 순위 국가간 비교. 사진=연합뉴스
직업별 사회적지위 순위 국가간 비교.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 국회의원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식은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직능연)이 17일 내놓은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 결과는 우리 사회 내 직업 귀천인식이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표적 15개 직업에 대해 5점 척도로 우리 사회에서 갖는 사회적 지위를 평가했더니 한국의 경우 국회의원이 가장 높았다. 일본도 국회의원이 1위였다. 반면 미국과 독일에선 소방관이 1위였다.
정치인이 갖는 위세가 어느 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물론 나라별 환경과 특수성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다를 순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유독 국회의원에 대한 쏠림현상이 엿보인다. 한국의 경우 1위 국회의원과 최하위 건설일용 근로자(1.86점)의 격차는 무려 2.30점에 달한 반면 미국과 일본은 1위와 15위의 격차가 0.92점, 0.93점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직업 귀천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이 생각하는 자신의 직업 자존감도 크게 낮았다. 자기 직업의 사회적 지위 수준을 묻는 질문에 미국이 3.37점으로 가장 높았고 독일 3.31점, 중국 3.08점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2.79점에 그쳤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 깊은 회의감이 들 것이다. 다른 비교 대상국가에 비해 국회의원에 대한 사회적 지위가 월등히 높다. 그러나 실제 국민의 반정치인 정서는 어느 때보다 높은 게 현실이다. 남북 분단과 국론 분열을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국회의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게 국민적 기대일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여러 직업 중 윤리의식이 꼴찌라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국회의원들의 사회적 지위와 국민의 평가 간에 괴리감이 크다는 얘기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요지부동이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고 의원 세비와 보좌진 숫자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메아리가 없다.

특히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행태는 갈수록 태산이다. 여야 모두 시스템 공천을 공언했으나 잡음만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전력을 가진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공천 결정을 뒤집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보수·진보 진영으로 편가르는 구설수도 하루가 멀다고 터져나온다. 비례의원을 일부러 제명시켜 위성정당에 보내는 꼼수까지 벌어지는 지경이다.

21대 국회는 온통 동물국회,식물국회, 방탄국회라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 총선 레이스에서 벌어지는 작태를 볼 때 4월 총선에서 선출되는 22대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4월 총선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국민은 4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 투표로 국회의원을 심판할 수 있을 뿐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사회의 모범이 되고,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으며, 실행으로 옮기는 '일하는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수준 낮은 국회의원을 바꿀 수 있는 건 국민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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