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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어떻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8 18:40

수정 2024.03.18 18:59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의대 정원을 놓고 나라가 혼란하다. 전국 20개 의과대학 교수들은 각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키로 결의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2000명을 증원할 계획인데, 이에 대한 입장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국 의과대학 학장 모임은 350명 증원, 시민단체는 3000명, 의사를 제외한 보건의료인력으로 구성된 보건의료산업노조는 1000~3000명 증원을 주장했다.

국가적 의사결정에는 두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첫째, 사실확인이다.
즉 2000명 증원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일단 2035년까지 의사가 1만명 늘어야 한다는 점에는 전문가 간 공감이 있는 듯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최소 2000명을 증원해야 하며, 1000명 이하로는 2040년 이후에나 수급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의대의 교육여건을 감안하면 2000명 증원은 '가능'한가? 정부는 대학의 증원요청이 3401명이었다는 점을 들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각 학교의 증원요청은 무리한 것으로, 학생 수가 갑자기 65% 늘어나면 교육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부와 의사들 간 공동의 사실확인(joint fact-finding)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의료교육을 담당하는 의과대학의 견해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요약하면 2000명 증원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당장 시행할 경우 교육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가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두 번째 절차는 당사자, 즉 국민과 의사 간의 이해관계 조정이다. 물론 이 중 국민의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의사도 국민의 일원이므로 그들의 이해관계도 보호되어야 한다. 의대 정원을 결정할 때는 왜 의사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할까? 공대 정원을 정할 때 공대 졸업생들과 상의하지는 않는 것처럼 정부가 국가적 수요를 고려해 정원을 정하면 되는 것 아닐까? 원칙적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의사에게 협상력이 있다. 이것은 옳고 그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공대 정원 확대는 졸업생의 기득권을 크게 훼손하지는 않으며 또 졸업생이 다양한 직종에 진출해 있어 파업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의사는 파업을 통해 환자 피해라는 비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국민은 그 비용까지 감안하면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증원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의사들과 합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안대로 2000명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비중은 47%였다. 반면 '증원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비중은 41%였다. 여기에 '정원을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비중 6%까지 더하면 강온 양측 입장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을 대리하는 정부로서는 총선 이후 추진할 노동·교육 등의 개혁을 감안할 때 이해당사자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원칙을 중시하는 정부의 평판은 이미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 앞으로 개혁 추진 시 정부가 이해당사자에게 양보하는 정도는 반발하는 이해당사자의 협상력, 즉 파업의 충격에 달려 있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양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교육현장의 혼란을 피하면서 2000명을 증원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단계적 2000명 증원이 답이다. 내년에는 1000명 안팎 증원으로 시작하여 몇 년을 두고 총정원 5058명을 달성하는 것으로 하자. 의료인력 수급지연은 의사 파업을 피하는 대가이다.
그 외 전문의 채용 확대와 대우개선, 필수의료수가 정상화,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등 의료계의 요구를 논의하자. 합의는 합의안이 옳아서가 아니라 합의가 없으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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