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사직으로 사태 최악 치달아
출구 찾는 양보와 임시봉합 안돼
출구 찾는 양보와 임시봉합 안돼
의사들의 집단사직에 의료현장은 수술이 지연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일말의 희망은 뇌혈관 전문의 등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은 양심 있는 다수의 의사, 현장 간호사들의 헌신이다. 소임을 다하는 이들이 있기에 의료공백 한 달째에도 국가 의료체계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한 달간의 대립과 갈등은 일부 생산적인 면도 보여줬다. 수십년 왜곡 고착된 우리의 의료전달 체계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혼란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간 상급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리면서 주목받지 못했던 2차 전문병원에 수술환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상급병원은 중증·응급환자의 수술·처치만 맡고 있다. 1·2차 병원에 먼저 가지 않고 상급병원을 찾아가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 동네의원들도 정상 운영 중이다. 응급·중증환자 의료체계는 '대란'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이면서 피해자인 국민과 환자들이 오히려 인내하는 형국이다. 대다수 국민은 그간 수차례 실패한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의료체계 혁신에 대한 기대로 불편을 감수하면서 정부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수도권 병원에만 환자가 몰려 지방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피부과·성형외과 등 돈 버는 과목에만 의사들이 몰리는 게 의료계의 비정상적인 현실이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가 성행해 건보재정은 줄줄 샌다. 과도한 '의료쇼핑'을 방치하는 왜곡된 의료보험 제도 등 현재 의료체계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이런 왜곡을 의사들은 환자 탓, 정부 탓만 하며 책임을 회피한다. 도리어 피해자로 스스로를 둔갑시키며 "우리를 이기지 못한다"는 오만방자한 행태를 일삼고 있다.
정부는 분만·소아청소년과 분야에 3조원 이상을, 의사들이 기피하는 화상·이식 등 외과와 심뇌혈관계 등 중증질환 분야에 5조원 이상의 건보재정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또 필수의료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고 과잉진료, 중증 필수의료 기피를 조장한 행위별 수가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10조원 넘는 지원정책에도 의사들은 정원 확대 폐기만 요구하며 귀를 닫고 있다.
이번 사태가 소모적 갈등으로 끝나선 안 된다. 출구를 찾느라 임시 봉합해서도 안 된다. 국민들의 절대 지지 속에 의대정원 2000명 확충과 의료개혁을 반드시 이뤄내는 게 인내하는 국민들에 대한 보상이다. 의사집단은 하루속히 현장으로 복귀해야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 결의를 철회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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